▲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
▲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

기업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정보가 생겼을 때 즉시 공시해야 한다. 주식시장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그 가치만큼 주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런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는 주식시장을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이라 하더라도 증권시장이 열리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새롭게 나오는 정보는 그 주 금요일에 예상해 반영하거나 다음주 월요일에 한꺼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에서 다른 요일에 비해 월요일 또는 금요일에 주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다.

한국 주식시장도 비교적 효율적이라고 인정받는 시장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많이 발생,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장 비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가 올빼미 공시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시장이 열리지 않는 시간에 공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주주가치 희석화가 우려되는 유상증자의 올빼미 공시 문제가 심각하다.

유상증자는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기준 주가가 정해지면 신규 주주에게 10~30%의 할인율을 적용해 유상증자 참여를 유도한다. 구조적으로 기존 주주에 비해 신규 주주에게 유리하다.

기존 주주입장에서 일부 부가 이전돼 자신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희석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의 소액 투자자는 자신이 매수한 금액이외에 추가적으로 현금이 투자되는 것을 기피한다.

그러니 유상증자에 대해 야간에 공시하는 일이 흔한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공시를 미루는 사이 해당 정보가 일부 투자자에게 먼저 유출돼 불공정 선행매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효율적 시장이고 제도적으로 완비된 시장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이수페타시스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8일 금요일 오후 6시 44분 5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올빼미 방식으로 늑장 공시했다.

이사회 회의록에 기록된 회의시간은 오전 9시다. 공시 시점은 워라밸을 찾는 젊은 직원들이 퇴근했을 시간이다.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전인 지난 10월 23일 4만5700원 고점에서 지난달 8일 3만1750원으로 30.53% 하락했다. 기관투자자가 매도를 주도했다. 충분히 정보유출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올빼미 공시 후 첫 거래일 하루에만 추가로 22.68% 폭락했다. 불공정 선행매매가 사실이라면 거의 50%가 넘는 손실을 회피한 것이다.

결국 금감원은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고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의심스러운 불공정 선행매매가 사실인지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올빼미 공시로 발생되는 문제점을 이번 기회에 해소하기 위해 일부 공시 항목에 대해 장중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공시서류 접수일자에 시간대까지 명시하는 제도개선도 시급하다.

이수페타시스는 정정신고서를 내고 유상증자 추진 의지를 다졌다. 그 사이 주가는 더 떨어졌다.

증권시장과 개인투자자의 부정적 시각을 뚫고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가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안경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나사렛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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