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삼성SDI는 2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자금용도는 시설자금 4541억원, 타법인증권취득자금 1조5460억원이다.
시설자금은 국내 전고체 배터리 시설투자에 쓰이고, 타법인증권취득자금은 미국 GM과 함께 투자하는 합작회사와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서 사용된다.
소액주주들은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삼성SDI가 보유한 장부가 9조8717억원에 달하는 비상장 주식인 삼성디스플레이와 같은 자산을 매각해 유상증자에 상응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상장사의 유상증자에 대한 소액주주의 반응은 한결 같다.
소액주주의 불이익 해소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 이수페타시스, 금양, 현대차증권 등 14개 기업의 유상증자에 대해 '정정신고'를 요구했었다.
경영권 분쟁 방어용, 사업과 연관성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 재무구조가 나빠진 상태에서 소액주주에게 손 벌리기 등 투자자 보호 사유도 다양했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들어 유상증자 중점심사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삼성SDI는 중점심사 대상 1호로 선정됐다.
금감원은 삼성SDI의 증자비율, 할인율, 재무 상황과 같은 정량적인 기준과 일반주주 권익 훼손 우려 여부와 같은 정성적 기준의 중점 심사 항목을 일주일 내에 집중 심사하고 회사 측과 최소 1회 이상 대면 협의한다.
증권신고서에 담긴 정보가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정정신고를 요청하게 된다.
삼성SDI가 밝힌 유상증자 모집금액이 2조1000억원으로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꼼꼼한 심사가 필요하다.
금감원은 "발행가 할인율(15%)이나 주식 희석률(16.8%) 등은 과도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향후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회사 측이 어떤 계획을 제시할 것인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해, 정량적 기준보다는 정성적 기준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삼성SDI의 지난해 결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비율은 88.2%이고, 차입금의존도는 28.9%이고, 국내 회사채 신용등급도 AA로 우수한 수준이다.
2023년 부채비율이 71.0%이고, 차입금의존도가 17.0%로 지금보다 더 우수한 수준이었지만 1년 만에 단기차입금이 3조6554억원 늘어나고, 총차입금도 5조9407억원 증가해 차입금 상환부담이 단기간에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삼성SDI가 목표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선택지로 활용할 수 있다.
2조1000억원의 자본금이 증가하면 부채비율은 7.8%p, 차입금의존도는 1.4%p 개선돼 재무구조의 안정을 꾀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유상증자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재무구조는 더욱 개선된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유상증자 정보가 미리 흘러나갔다는 의혹이다.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공시하기 전날인 13일 일부 기관투자가가 650억원을 순매도해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4.23% 내렸다.
주가에 부정적인 공시를 알고 선행매매했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15일 장 마감 후 삼성전자가 10조원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을 때도 비슷했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시일인 11월 15일 하루에만 1279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을 뿐 지속적으로 매도했었다.
삼성그룹에서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매매가 발생하고 있다고 의심받을 만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그룹에서 벌어진 의혹이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 안경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나사렛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관련기사
- [안경희 칼럼] 홈플러스 사태에서 이익 본 자는 누구인가?
- [안경희 칼럼] 금양의 미래는 무엇에 달렸나?
- [안경희 칼럼]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이 신용평가사에 던진 숙제
- [안경희 칼럼] ‘채권 돌려막기’ 제재가 2년이나 걸린 이유
- [안경희 칼럼] 퇴직연금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면
- [안경희 칼럼] 대체거래소 출범 대비해야 할 문제는?
- [안경희 칼럼] 산업은행 이전 과연 타당한가?
- [안경희 칼럼] '빽햄 논란' 더본코리아만의 문제일까?
- [안경희 칼럼] 예금보험공사에 포괄적 권한 부여해야 한다
- [안경희 칼럼] 자본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금통위를 기대한다
- [안경희 칼럼] '자기주식의 마법' 규제 비상장기업으로 확대해야
- [안경희 칼럼] 대한민국 지배구조 '대개혁' 필요하다
- [안경희 칼럼] '올빼미 공시' 차단, 제도개선책 시급하다
- [안경희 칼럼] 하이브 상장 첫날 주가 왜 내렸나
- [안경희 칼럼] 롯데케미칼 왜 위기에 빠졌나
- [안경희 칼럼] 삼성전자 ROE,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이유
- [안경희 칼럼] 진정성 의심 '금양 무상증여' 기우일까
- [안경희 칼럼] '천재의 꼼수'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 [안경희 칼럼] 3곳에 빚진 SK하이닉스
- [안경희 칼럼] 밸류업 프로그램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 [안경희 칼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가 의심받는 이유
- [안경희 칼럼] 우리금융지주만 경영실태평가를 받은 이유는?
- [안경희 칼럼]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RCPS 투자에서 간과한 것은?
- [안경희 칼럼] 증권업계 '안전한 IT시스템' 시급하다
- [안경희 칼럼]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정정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 [안경희 칼럼] 사내유보금, 과연 쓸데없이 쌓아둔 돈일까?
- [안경희 칼럼] SK, 삼성처럼 '슈퍼을' 한미반도체 도태전략 쓰나
- [안경희 칼럼] 산은의 한화오션 지분 매각 비난할 일인가?
- [안경희 칼럼] SK텔레콤 위약금 면제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 [안경희 칼럼] MG손보 '리스크관리'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 [안경희 칼럼] SPC 재무제표에 '사망사고' 징후가 보인다
- [안경희 칼럼] 이재명 정부 '경제강국' 정책 기대한다
- [안경희 칼럼] 자산운용사 형식적 '의결권 행사' 더이상 안된다
- [안경희 칼럼] '혈세' MBK사모펀드 투자 국민연금 '대수술' 필요하다
- [안경희 칼럼] 홈플러스를 인수할 기업의 '자격요건'
- [안경희 칼럼] 태광산업 EB, 상법개정 임박한 꼼수 아니길 바란다
- [안경희 칼럼] 개정 상법, 이사회 환골탈태 요구한다
- [안경희 칼럼] '블루오션 사고' 무엇을 고쳐야 하나
- [안경희 칼럼] 기관투자자 CJ CGV 외면, 이유는 무엇인가?
- [안경희 칼럼] 대통령 엄포에도 SPC삼립 사망사고 재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