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희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 안경희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지난 14일 삼성SDI는 2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자금용도는 시설자금 4541억원, 타법인증권취득자금 1조5460억원이다.

시설자금은 국내 전고체 배터리 시설투자에 쓰이고, 타법인증권취득자금은 미국 GM과 함께 투자하는 합작회사와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서 사용된다.

소액주주들은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삼성SDI가 보유한 장부가 9조8717억원에 달하는 비상장 주식인 삼성디스플레이와 같은 자산을 매각해 유상증자에 상응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상장사의 유상증자에 대한 소액주주의 반응은 한결 같다.

소액주주의 불이익 해소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 이수페타시스, 금양, 현대차증권 등 14개 기업의 유상증자에 대해 '정정신고'를 요구했었다.

경영권 분쟁 방어용, 사업과 연관성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 재무구조가 나빠진 상태에서 소액주주에게 손 벌리기 등 투자자 보호 사유도 다양했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들어 유상증자 중점심사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삼성SDI는 중점심사 대상 1호로 선정됐다.

금감원은 삼성SDI의 증자비율, 할인율, 재무 상황과 같은 정량적인 기준과 일반주주 권익 훼손 우려 여부와 같은 정성적 기준의 중점 심사 항목을 일주일 내에 집중 심사하고 회사 측과 최소 1회 이상 대면 협의한다.

증권신고서에 담긴 정보가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정정신고를 요청하게 된다.

삼성SDI가 밝힌 유상증자 모집금액이 2조1000억원으로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꼼꼼한 심사가 필요하다.

금감원은 "발행가 할인율(15%)이나 주식 희석률(16.8%) 등은 과도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향후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회사 측이 어떤 계획을 제시할 것인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해, 정량적 기준보다는 정성적 기준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삼성SDI의 지난해 결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비율은 88.2%이고, 차입금의존도는 28.9%이고, 국내 회사채 신용등급도 AA로 우수한 수준이다.

2023년 부채비율이 71.0%이고, 차입금의존도가 17.0%로 지금보다 더 우수한 수준이었지만 1년 만에 단기차입금이 3조6554억원 늘어나고, 총차입금도 5조9407억원 증가해 차입금 상환부담이 단기간에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삼성SDI가 목표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선택지로 활용할 수 있다.

2조1000억원의 자본금이 증가하면 부채비율은 7.8%p, 차입금의존도는 1.4%p 개선돼 재무구조의 안정을 꾀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유상증자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재무구조는 더욱 개선된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유상증자 정보가 미리 흘러나갔다는 의혹이다.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공시하기 전날인 13일 일부 기관투자가가 650억원을 순매도해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4.23% 내렸다.

주가에 부정적인 공시를 알고 선행매매했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15일 장 마감 후 삼성전자가 10조원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을 때도 비슷했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시일인 11월 15일 하루에만 1279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을 뿐 지속적으로 매도했었다.

삼성그룹에서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매매가 발생하고 있다고 의심받을 만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그룹에서 벌어진 의혹이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 안경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나사렛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