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수금보다 더 유리했던 위메프 매입채무 지급지연

▲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
▲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사태가 일파만파 현재 진행형이다.

티메프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10%에 이르는 높은 할인율을 미끼로 선불충전금과 각종 상품권을 최소 1천억원 이상 팔아 회사 자금으로 사용했다. 생활비를 아끼고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상품권을 구매한 개인들의 돈은 최악의 경우 모두 휴지 조각이다.

다음달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문기관이 관리하여 안정성이 높아지겠지만 완벽하게 보호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사후 약방문일 뿐이다.

여러 플랫폼 사업자들이 높은 상품권 할인율을 미끼로 판매하는 현실 속에서 개인들이 옥석을 가리기는 어려웠다.

그 다음으로 티메프 플랫폼에 물품을 공급한 중소판매자들의 매출채권 문제가 떠올랐다. 티메프 입장에서는 매입채무다. 매입채무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부채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에서는 자신의 재고자산 구매 금액과 재고 보유 판매기간 2-3개월 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매입채무를 운영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티메프는 구매자와 공급자를 단순히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재고자산 부담을 지지 않는다. 고객한테 판매대금을 즉시 회수할 수 있다.

정상적인 플랫폼 사업자라면 소비자로부터 판매대금을 받으면, 자신의 플랫폼 수수료와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반품이나 불량품 문제에 해당하는 유예금액을 제외하고는 즉시 중소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티메프가 국회 민병덕 의원실에 제출한 올 1분기 말 미정산금액은 1조 3000억원에 달한다.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 부담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매입채무의 지급지연 효과만 누리고 있었다.

티메프가 중소판매자에게 대금을 즉시 지급하고, 티메프가 운전자금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면 티메프의 재무제표에는 비이자부채인 매입채무가 아닌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차입금이 계상됐어야 마땅하다.

차입금이 아닌 매입채무를 활용함으로 인해 티메프는 마치 어려운 설립 요건을 갖춰서 예수금을 받을 수 있는 은행과 같은 지위를 얻게 된다.

그것도 이자도 지급하지 않아 은행 보다도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실질적으로 중소판매자에게 무이자로 예금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이 차입금에 현재 중소판매자가 여타 은행의 선정산금융을 활용할 때 부담한 6% 금리를 적용하면 티메프는 연간 780억원의 이자비용을 절약하고, 이를 중소판매자에게 떠넘긴 것이다.

선정산금융을 제공한 금융회사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가 됐다. 티메프 선정산금융의 규모도 계속 증가하고, 이자이익도 높으니 안전한 대출처로 생각했겠지만 대손상각으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어쩌면 해당 금융기관들은 공범에 해당될 수도 있다. 은행은 고객의 예수금을 자신의 신용분석능력을 활용해 대출자산으로 자산변환해 예대마진을 얻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번 티메프 선정산금융에서는 이 같은 심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매입채무에 이런 리스크가 숨어 있을지 가늠하지 못했다. 새로운 사업모델에, 옛날 잣대를 들여댔다.

금융기관의 신용분석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여 선정산금융 대출한도를 선제적으로 줄였더라면 조금이라도 피해금액이 적었을 것이다.

위에 지적한 두 가지 모두 티메프의 부채다. 티메프는 이미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도 계속 선불충전금과 상품권을 할인해 판매하고 매입채무 지급을 미뤄 한계기업임을 자인한 것인데, 소비자나 중소판매자 모두 이러한 상황을 알 수 없었고 같이 늪에 빠져들었다.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금융기관의 속성을 지니게 된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누리는 혜택에 상응하는 엄격한 자기자본규제를 도입하고 경영정보를 더 짧은 주기로 신속하게 공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선두주자 쿠팡의 부채비율은 290%로 결코 낮지 않다. 정상적인 영업을 허용하되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제도화해 소비자 피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당국에 주문한다.

■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경영학박사)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 나사렛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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