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평소 1000만주 아래로 거래되던 동양철관에 10배 넘는 1억주가량 거래가 몰리면서 증권거래소 매매시스템에 과부하가 발생해 전체 시세·주문체결 시스템이 7분간 먹통이 됐다.
2005년 코스피, 코스닥 통합시장이 출범한 이후 전체 시장이 멈추는 초유의 사건이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한 백업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혼란은 가중됐다.
국내 위탁매매 1위 사업자 키움증권에서도 지난 3~4일 이틀 연속 주식 거래가 먹통이 되는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2000년 경쟁사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홈트레이딩시스템을 개발하고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시장 1위로 단시간에 성장했던 키움증권의 이력으로 볼 때 그동안 쌓아 놓은 명성이 전산사고로 크게 훼손됐다.
지난해 증권업계 전체적으로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했는데도 안전한 IT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현대차증권이 결국 철회한 유상증자 자금의 사용 목적에도 IT시스템 개발이 포함될 정도로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며,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전산오류는 증권거래소와 증권사에 국한되지 않고, 자산운용사에서도 발생했다.
자산운용사는 ETF(Exchange Traded Fund)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실시간으로 거래되도록 하는 운영주체다.
ETF는 증권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신의 시장가격이 변할 뿐만 아니라 ETF에 편입된 기초자산의 가격도 실시간으로 변동하기 때문에 iNAV(Indicative Net Asset Value)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시장가격과의 괴리율을 산정해야 한다.
괴리율이 커지면 시장조성자(Market Maker)는 ETF 매수·매도 호가를 조정해 시장가격과 iNAV 사이의 괴리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펀드 사무관리회사인 한국펀드파트너스가 배당금을 중복 계산해 11개 자산운용사의 170개 ETF에서 iNAV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산출됐다.
그 결과 실제 가치보다 약 1% 비싼 가격에 ETF를 매수해 2억원으로 추산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불과 1거래일 후인 지난달 31일에도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주가지수 사업자인 에프앤가이드의 채권 데이터의 송수신 문제였다.
ETF 운영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이 단기채 ETF의 iNAV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시점부터 해결할 때까지 약 1시간 동안 -5.39%의 괴리율을 보였다.
자산운용사가 외형 성장에만 매진하고 업무 프로세스에서 생길 수 있는 운영리스크는 도외시했던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자산운용사가 금융시장에 조금 더 책임 있는 역할을 하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내재화하고, 공시관련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도록 제도 개선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ETF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iNAV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이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글로벌 기준을 참고해 IT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운영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필수 불가결한 투자다.
사고가 반복되면 명성자본이 추락하고 증권시장에서 설 땅이 없어진다.
■ 안경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나사렛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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