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지난 8일 투자자 반발을 산 유상증자 계획을 정정했다.
한화에어로와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기존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했다.
대신 한화에어로에서 한화오션 주식 매각 대금 1조30000억원을 챙겨 비난을 받았던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그 금액을 그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출자하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에 따른 것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현 주가에서 15% 할인된 주당 53만9000원에 426만7200주를 발행한다. 증자비율은 9.36%이고, 우리사주 배정분 20%를 감안하면 기존 주주는 1주당 0.07508주의 신주가 배정된다.
최대주주 한화는 기존 지분율 33.95%에 해당하는 6247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기존 계획에 비해 3531억원의 부담이 줄어든다.
2024년 말 연결 부채비율이 531.1%인 상황에서 출자부담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의 유상증자 부담도 감소한다.
문제는 그다음 차례인 한화에너지 등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주주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주가인 62만4000원을 가정하면 총 208만3333주의 신주를 발행하게 돼 이들은 4.0%의 지분율을 확보한다.
그 만큼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된다.
한화그룹은 유상증자 성공을 위해 두 가지 승부수를 띄웠다.
첫째로 김승연 회장 지분을 3명의 아들에게 직접 증여하며 유상증자가 후계구도를 위한 편법 구조가 아니라는 정면 돌파의지도 다졌다.
둘째로 터널링으로 비난받은 금액을 그대로 한화에어로에 다시 투입, 사익추구가 아니라는 것을 증권시장에 확인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화에어로는 1조3000억원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기존 유상증자 규모를 20% 이상 축소, 불성실공시법인으로 벌점 부과 대상으로 예고됐다.
한화그룹과 한화에어로에 자본시장 전문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의적인 실수인지,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해 유상증자 정정 과정에서 불성실공시법인이 돼 관리종목에 편입되고, 회계감사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금양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최초 유상증자 신고 때도 자금력이 부족한 한화 대신 결국은 한화에너지 등이 신주인수권을 매입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한화에너지 등은 할인하지 않은 주가로 한화에어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세간의 의심보다 15%의 부담을 추가로 지는 모습을 취하지만 결국은 후계구도를 위한 한화에어로 지분 취득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지배구조 하단에 있는 한화오션보다는 상단에 있는 한화에어로 지분을 확보, 승계 대주주의 그룹에 대한 직접 지배력을 높였다.
한화그룹의 유상증자 정정은 최초의 방안을 두 번에 나눠 진행하는 것에 불과하며 하나도 진전되지 않았다.
한화에어로 업황 호전을 계기로 주가가 상승하는 기간 동안 조삼모사로 자본시장의 소액주주를 희생시킨다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 안경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나사렛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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