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희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 안경희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금융지주회사 경영실태평가는 금융지주회사와 그 자회사 등의 경영건전성 유지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이 금융그룹 차원에서 금융지주회사 등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는지 종합적이고 통일적인 방식에 따라 1등급에서 5등급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제35조)에 따라 2007년 12월부터 시행됐다.

평가대상은 크게 리스크 관리(R), 재무상태(F), 잠재적 충격(I) 3개 부문이다.

이는 다시 11개의 중간 평가부문과 50개의 소평가항목으로 나뉜다.

리스크관리부문(R)은 금융그룹의 리스크를 인식·측정·감시·통제하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능력의 적정성과 금융 그룹의 내부통제 적정성을 평가한다

재무상태부문(F)은 금융그룹의 영업활동과 관련된 리스크 수준을 지탱하는 재무 자원의 질이 어떤지를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의 지표를 통해 파악한다.

잠재적충격부문(I)은 금융지주회사와 여타 자회사 등의 현황이 주력 자회사에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핀다. 

일반은행에 CAMEL-IR기준이, 외국계 은행에 ROCA 기준이 적용되는 것과는 달리 금융그룹 차원의 의사결정과정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까지 평가한다는 점에서 더 포괄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손태승 전 회장과 연관된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문제로 리스크 관리가 부실하다고 도마에 올랐고, 결국 예정보다 빠른 시점에 경영실태평가를 받게 됐다.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은 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두 곳의 보험사 인수도 추진 중이었다.

보험사 인수가 시급한 시점인데 지난 18일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통보받아 원칙적으로 자회사 인수가 어려워졌다.

자회사 리스크 한도 관리와 주요 자회사의 거액·반복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에 대한 관리 미흡으로 리스크 관리 부문 항목에서 점수를 잃었다. 잠재적 충격 부문(I)에서도 자회사 등에 대한 업무지원과 통할과 그룹내 내부거래 관리가 미흡하다고 평가됐다.

그런데 보도자료에 처음으로 언급된 항목은 리스크관리부문(R)에서 자회사 M&A 등 주요 경영의사결정을 할 때의 사전검토 미흡이다.

금감원의 속내를 알기는 어렵지만 경영실태평가 3등급이라는 결과는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부당대출의 장본인인 우리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없이 우리금융지주에 대해서만 경영실태평가를 했다는 것에서도 금감원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이제 공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금융위에서 경영실태평가 3등급에 대해 최종 결정하고, 보험사 인수 여부도 승인한다.

경영실태평가 3등급이 확정돼도 우리금융지주는 조건부로 보험사를 인수할 수는 있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는 '등급 또는 기준 등이 미달하는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경우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경영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본다'고 하는 규정이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제16조 3항)에도 금융위는 경영 건전성 개선 등의 조건을 붙여 금융지주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할 수 있다고도 명문화돼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일 뿐 조건부 인수가 가능하려면 금융정책에 대한 자발적 수행과 같은 추가적인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미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금융위 김병환 위원장의 압박에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25bp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전임 회장의 방만함에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앞으로 나타날 청구서가 무엇이고, 그 비용은 얼마일지 몹시 궁금하다.

■ 안경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나사렛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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