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회의에서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안'을 의결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25% 포인트씩 하향 조정해 연 3.00%로 내렸다.
지난해 내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12월 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언과 탄핵 사태를 맞아 경제가 더욱 얼어붙자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구두 개입했다.
탄핵 사태 이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례협의보고서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2%로 조정하고 올해 예측치도 2.2%에서 2.0%로 낮췄다.
한은도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2.4%에서 2.2%로, 올해는 기존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해 1%대 저성장을 예고했다.
탄핵 정국에 따른 소비심리의 급격한 위축으로 올해 경제 부진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우리나라에 대한 불안심리로 대미환율도 1500원을 넘어설 공산이 커졌다.
한국은행법 1조에 명시된 한은의 목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다.
물가안정은 인플레이션율로 파악한다. 지난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율은 다행히 목표치인 2.0%를 밑돌고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잡혀가는 만큼 낮아진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금리인하로 방향을 잡은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금융안정은 신용시장, 자산시장, 금융기관, 자본유출입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대미환율 관리가 관건이다.
금통위원들은 한은 금융안정국이 각각 1년 두 차례 발표하는 금융안정보고서와 금융안정상황 자료에 포함된 금융불안지수(FSI)나 금융취약성지수(FVI) 등의 지표와 보고 내용에 많이 의존한다.
하지만 같은 보고서의 지표와 보고 내용에 대해 금통위 위원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 수 없다. 미국의 FOMC와 같이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Forward Guidance)도 명확하지 않고 점도표(Dot Plot)도 제시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금리인하 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금리인하) 결정은 예상보다 경제 하방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가는 속도를 좀 더 빨리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금통위원 간의 이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10월 금리인하 때 "매파적 금리인하"이며 상당 기간 추가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 암시했었던 것에 비하면 한 달 만에 상황이 크게 변했고 금통위원들도 변심했다.
세 번째 대통령 탄핵 국면에 다음 금통위에서 금리인하가 시급해지니 구두개입까지 동원됐다.
대미환율 등 금융안정 목표는 파악하기도 대처하기 어렵다. 물가안정에 비해 금융안정에 대해 금통위가 고려해야 할 지표는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예측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상황이 이러니 좌회전 신호를 넣지 않고 좌회전하는 경우는 대부분 금융안정에 대한 금통위원의 판단과 시장의 전망이 엇갈릴 때다.
이제라도 여러 금융안정 요소를 통합해 시장과 예측을 공유할 수 있는 지표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발표하기를 제안한다. 금융환경이 변함에 따라 그 지표를 서서히 수정해 나가며 사용하면 된다.
그 지표는 더욱 데이터 중심이어야 한다. 이 지표를 보고 금통위원이 판단하고, 그 결과를 시장에 설명해야 한다. 그 설명을 듣고 시장과 국민이 이해해야 한다.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이 목표인 미국 중앙은행(FED)의 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결정할 때 판단 기준이 되는 데이터를 언급하며, 세부 지표를 바꿀 때도 여러 번에 걸쳐 그 타당성을 설명한다.
우리나라 금통위도 미국 FOMC를 벤치마킹해 시장이 예측할 수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Forward Guidance)가 더 활성화하고, 미국처럼 점도표(Dot Plot)도 발표해 시장이 충분히 대비할 시간을 주길 바란다.
올해는 한은발 깜짝 뉴스에 제발 놀라는 일이 없길 부탁한다.
■ 안경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나사렛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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