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세월이 흘러가면서 평가가 바뀌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은 유대 사회의 관습에 반항하는 인물이며, 로마제국에 대항하는 정치범으로 몰려 잔혹한 형벌을 받고 죽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분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마침내는 종교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공자(孔子)는 뜬구름 잡는 정치사상을 펼친다고 위정자들에게 냉대당했지만, 사후에 그의 생각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처음에는 자기 민족의 해방을 위해 엄청나게 수고한 위대한 리더인 줄 알았습니다. 그는 민족이 해방된 후 정권을 잡았는데, 정권을 잡은 후에 한 일을 보니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정권을 잡은 후 그는 철저하게 그와 그의 가문을 위한 독재 정치를 했습니다. 리더인 줄 알았는데, 실체는 인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런 독재자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인민의 몫으로 남습니다. 인민이 처음에는 독재자가 자기들을 식민지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하는 데 지대하게 공헌한 인물로 봅니다. 그러나 나라가 독립하고 그가 정권을 잡은 후의 행적을 보니, 그가 했던 일이 인민이 아닌 그의 영화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늘 인민을 위해 독립해야 한다고, 후손에게 식민지의 상태로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독립하고 난 후 독재자가 돼 그가 가장 공들였던 건 독립 전에 했던 말과 달랐습니다. 독재자는 식민지 때보다 더 나은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력한 게 아니라, 식민 지배자가 쥐었던 권력을 그가 잡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이로 인해 독재자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그가 가장 많이 했던 일은 같이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숙청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독립 후 사람들이 그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에 독자적인 예배공동체로 홀로 서는 발걸음을 시작할 때, 저를 속이고 제게 큰 피해를 준 사람을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 기도했었습니다. 그때 '침묵하고 그에 관해 아무런 말을 하지 말라'라는 기도 응답을 받았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가 여전히 그들만의 지도자일지 모르지만, 제게는 아주 영악한 사기꾼입니다. 그가 얼마나 영악하게 저를 속였는지, 그에게 속았다는 것도 그와 헤어진 후에 다른 전문가들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성령님이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말라고 응답을 주신 이유가 한동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에 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거짓으로 남을 속이는 행위는 외로움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거짓은 혼자 있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도 거짓을 전염시킵니다. 또 거짓을 일삼으면서도 사과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한 사람에게만 그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 최근 소식을 전해 들었더니 그가 저만 속인 후 반성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그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도 속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평가를 저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저보다 더 철저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그와 인연을 맺고 공동작업을 했었기에, 제 말이 다른 사람보다 객관성을 담아내기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한 그에 대한 평가를 보니, 그와 얽혔던 기억이 있는 저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침묵하며 기다리란 응답을 제게 주신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좋은 건 시간이 흘러도 같은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역전극이 짜릿하지만, 처음부터 천천히 이기는 게 마음을 더 편하게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시간이 흘렀을 때 더 나은 평가를 받는 게 낫습니다. 시간이 흘렀더니 더 나쁜 평가를 받고 역전패를 당하는 삶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아름답게 살려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역사적 평가가 뒤집히는 일이 줄어들도록, 일관된 평가를 받은 사람들을 찾아내 이들의 행적을 주변에 계속 알려야 합니다.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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