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기독교 상담에 관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담은 내담자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트라우마(trauma)를 극복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이와 달리 기독교 상담은 내담자가 지닌 갈등이 성경에서 말한 구원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조정돼야 하는지를 다루고, 행복과 더불어 거룩한 삶을 살도록 내담자에게 권합니다. 내담자가 하나님 앞에 서게 됐을 때, 그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게 뭔지를 기독교 상담에서는 중요하게 다룹니다.

구약성경에서 거룩함이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얼마만큼 구별해서 사는지를 다룹니다. 그리고 신약성경에서 거룩함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후,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삶의 시공간을 따로 떼어 헌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 상담에서는 성경에서 말한 거룩함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인권, 행복 추구와 같이 살핍니다.

제가 만난 내담자들은 대부분 마음의 아픔을 호소했고, 하나님의 더딘 개입을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말처럼, 이들이 원하는 시기에 하나님이 해 아래 세상의 일에 개입하셨다고 해서 이들의 소망이 다 이뤄졌을까요. 하나님은 거룩한 깨달음을 통해 인간이 하늘나라의 평화를 얻기 원하십니다. 또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게 인간에게 아름다운 기쁨을 안겨 주기에, 성령님은 시간이 걸려도 이 길로 사람을 인도하십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빛이 주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어둠의 특징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이걸 알려주시려고 '신앙의 이성'을 인간에게 주셨습니다. 성경을 통해 보면 마음의 상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거룩함을 얻기 위해 써야, 서로 주고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이걸 '구원의 서정'이라 하는데, 구원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성령님에 관한 체험은 사람마다 약간 다릅니다. 그렇기에 이 체험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거룩함으로 행복이 주는 기쁨을 분별해야 합니다. 만약 인간이 자기 삶에 얽힌 행복을 거룩함으로 구별할 줄 모르면, 당의정(糖衣錠)에 중독돼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쳇바퀴를 돌리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인간은 상호주관적인 존재기에, 자기 삶에 주어진 일을 혼자서 모두 책임지기 힘듭니다. 하나님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이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혼자서 책임질 것이냐, 성령님과 더불어 같이 질 것이냐를 결정하는 분기점입니다. 그리고 기독교 상담은 인간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후,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 존재인지, 내게 얽힌 구원의 서정을 알아봐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올바른 삶의 길로 인도해 주는, 하나님 나라의 길라잡이인 성령님이 자기와 함께 계신다는 걸 내담자가 인지할 수 있게 돕습니다.

청소년지도사로 일하던 때 청소년을 상담하면서 분노에 몸을 떨었던 적이 꽤 있었습니다. 울지 않고서는 들을 수 없는 온갖 사연을 이들을 상담하면서 많이 접했는데, 이에 대한 개인적ㆍ사회적 해결책이 명쾌하게 진행되지 않은 적이 여럿 있었습니다. 기독교 상담을 하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원이란 전제가 있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그와 더불어 해결책을 찾는 일이 꽤 어렵습니다.

또 목사라고 해도 모두 이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저마저도 이런 일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교회 개척 초기에 기독교 상담을 요청했던 사람들이 있어서 일을 시작했고, 여전히 내담자가 있어서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가 준비한 후에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라,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사역하면서 부족한 걸 채워왔기에, 이 사역은 제게 있는 자유의지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독교 상담을 하면서 인간이 알지 못하지만, 정해진 길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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