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저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문장이 서로 다른 부분도 있지만,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이란 선물을 주기 위해 성령님이 성경 기자들에게 이 말씀을 기록하게 하셨다고 봅니다. 그래서 성경이 말하는 메시지에 늘 귀를 기울입니다. 또 성경에 나온 창조·타락·구원에 관한 이야기가 제시하는 길이 좋은 것이라고, 이 길로 같이 가자고 다른 이에게 기꺼이 이걸 추천합니다.

성경에 나온 이 세 개의 이야기는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정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기독교의 우주론'이라고 합니다. 이게 삶을 항해하는 배가 갈 길을 밝혀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저는 이걸 이렇게 표현합니다.

제가 신뢰하는 우주론에 따르면, 이 땅에 있는 하나님의 나라와 영원한 하늘나라는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해 아래 세상에서의 삶을 마감한 후,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로 가야 합니다. 이 땅에서의 시간만으로 삶이 끝나지 않기에, 영원한 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인간이 만든 제국은 한 줌의 먼지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이것들이 준 이익을 핑계 삼아 악한 일을 저지르고, 남에게 가슴 저리도록 아픈 피해를 주며, 자기 욕심만 추구하는 행위는 빨리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성경은 이 땅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제국의 이익을 얻는 일에만 몰두하지 말라고 합니다. 인간의 편익만을 생각하는 당의정(糖衣錠)에 탐닉하지 말고, 영원한 삶을 보장한 예수님이 벌이는 혼인 잔치로 오라고 초청장을 남발합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복음을 전파했고, 세대를 이어 오늘날에도 이러저러한 방법을 통해 성경에 기록된 그 나라의 생생한 모습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하늘나라로 이어지는 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땅에서만 마음껏 진화의 정점인 쾌락과 안녕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이대면서, 의식적으로 이게 준 메시지를 거부합니다. 덕분에 21세기가 되고 난 후, 기후 변화를 포함해서 지구가 내는 신음의 울림이 인간 때문에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제국의 문명이 주는 편익에 중독된 사람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를 주저합니다. 지구가 내는 신음의 강도가 과대 포장됐다는 주장에만 귀를 펄럭입니다.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지구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제국의 문명이 주는 편익과 찰나적인 향락을 이제는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의 후세에게 푸른 별을 물려주고, 우주의 아버지가 예비하신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또 인간세(人間世)가 지금 수준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나님이 주신 자유의지를 성경이 제시한 가치관에 따라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제국의 문명이 준 편익을 나부터 끊지 않으면, 인류를 위해 대속한 예수님이 보내신 성령님도 나를 돕는 일을 스스로 제한하십니다. 그러니 이 일을 내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인간이 해 아래 세상에서 모든 걸 이룰 수 없기에, 지금까지 인간은 지구의 부족함을 태양·달·별과 같은 우주의 배려로 채워왔습니다. 앞으로도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까지 이게 가능하도록 하려면, 제국의 문명이 준 편익을 버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인간은 이 땅에 있을 때 지구가 내는 다양한 소리를 듣고, 성령님과 더불어 이웃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존재니, 이제 후세와 더불어 살기 위해 이 특권을 써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이 땅에서의 삶과 영원한 하늘나라의 관계가 원만해집니다.

우리가 지구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이게 말한 메시지를 받아들여 결단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인으로서도 제대로 된 발걸음을 내딛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또 성경의 우주론이 제시한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에도 더 많은 장애물이 등장할 것입니다.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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