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으로 시작된 4월, 소란했던 올 봄도 어김없이 벚꽃은 피었다.하얀 봄날 찬란한 꽃 무리는 추웠던 겨울을 기억하고 있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촛불을 들고, 비닐 한 장에 의지해 하얀 눈서리를 맞으며 견딘 사람들에게 왕관처럼 빛나던 꽃. 그 강렬하고도 짧은 생은 오늘 봄비와 함께 서둘러 지고 있다.우리나라의 봄은 진달래와 개나리의 화려함과 목련의 단아함으로 시작된다. 그 꽃잎 색이 바랠 때 벚꽃은 새로운 천지를 창조한다. 강렬하고 화려하며 하늘을 덮는 위용은 짧은
지난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올 겨울은 그에 못지않은 강한 추위가 있을 거라 했는데 큰 고비 없이 지나갔다. 경칩이 지난지 보름이 넘었으니 이쯤 되면 봄이 발 밑에 머물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겨울은 중 장년에게는 특히 버거운 계절이다. 험악한 날씨도 그렇지만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잔뜩 움 추리게 된다.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가고 세월은 켜켜이 먼지만 쌓이고 있다.필자도 급행열차 타듯 오 십대를 보냈다. 육십이 넘은 지금도 열차는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종착점을 향 해 치닫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목적지는 더욱 뚜렷해지고 여행하는
어렸을 때 집 앞에 서울사범대학이 있었다. 오형제를 두신 부모님은 항상 가정교사를 두셨고 자연히 서울사범대학생이 많았다.1년여를 가르친 한 가정교사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고 오지 않았다. 얼마 후에 서울대생 가정교사가 가짜대학생이라는 보도가 있었다.당시에는 가짜대학생이 꽤 있었고 심심치 않게 이야기 꺼리에 오르곤 했다.우골탑을 기원한 시골 부모님들의 성원에 그렇게라도 했어야 했나 보다. 오죽했으면 그런 짓을 했을까 안타까운 생각도 들지만 엄연한 불법이고 비윤리적이다.모 대학의 유명인사는 대학을 제대로 졸업하지 않았다. 학점미달로 한
근래 흡연자 많아진 듯 하다. 실내가 금연구역이기에 밖으로 나온 탓에 그런지도 모르겠다.나라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불안정하니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워 흡연량이 늘었을 수도 있다.건물벽면 옆이나 도로, 골목길에서는 흔히 흡연자를 볼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지나칠 때마다 담배 연기를 맡게 되고 저절로 목을 움추려 피하게 된다.필자도 35년간 하루 평균 두갑에서 피우다가 금연한지 2년이 됐다. 처음 1년은 길에서 맡는 담배 냄새가 그리 싫지 않았지만 점점 괴로워 지더니 이제는 아예 맡을 수가 없게 됐다.흡연의 자유는 흡연구역
한강공원으로 통하는 일명 토끼굴이라는 나들목에 자전거 이야기다.요즈음 선선해 지면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수없이 다니면서 항상 느끼는 아쉬웠던 점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었다.입구와 출구에 낮게 3개의 바가 설치돼 있고 "자전거 내려서 꼭 끌고 가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하지만 열에 한 사람 정도만 내려서 끌고 가고, 거의 모두 그냥 타고 다닌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 많고, 아이들과 반려견들도 많은데 속도를 내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항상 안전사고의 개연성이 아주 높은 불안한 공간이다.그런데 얼마전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현한 최민식 배우의 소신 발언이 그 진원지다.'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 나오면서 영화산업이 많이 죽어가고 있다'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지금 극장 가격도 많이 올랐잖아요. 좀 내리세요. 갑자기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가요."이 발언이 왜 회자 되고 있을까.코로나 이후 영화 산업은 난항을 겪었다. 공간에서 이뤄지는 많은 산업이 멈춤을 시행하였던 그 시절 그나마 찍은 영화들도 수요과 공급이라는 경제적 효율성 앞에 또 다른 플랫폼 OTT라는 새로운 상영
어릴 적 우리집에는 능소화가 한 아름 피곤 했다. 처음에는 자그마한 넝쿨처럼 시작되더니 해가 갈수록 탐스럽게 담장을 덮었다.능소화의 색감은 참 독특하다. 오렌지빛과 주황이 어우러진 꽃은 어느 곳에 피어도 아름다움을 뽐냈다. 때론 담장을 덮고, 때로는 전봇대나 나무기둥을 휘감고 돈다. 풍성하고 그윽한 아름다움이다.능소화가 피는 계절이 되면 우리집도 덩달아 바빴다. 한 창 몰려올 더위와 장마에 대한 대비다. 선풍기를 닦고 모기장을 점검하고 배수구를 확인하곤 했다.그러나 여름은 언제나 우리의 준비보다 먼저 다가온다. 순식간에 몰려온 더위
이사 때마다 고민했던 책들을 정리했다.책장이 모자라 부모님집에 지금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놈들도 곧 정리할 예정이다.대학시절부터 모으기만 하고 버리지 않아 집 한 켠을 차지했던 각종 이론서를 정리하니 내 마음도 홀가분하고 생각의 지평도 넓어지는 느낌이다.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그간 나를 만들고 지탱해 주었던 근간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정리한 것은 내 생각의 폭을 더욱 넓히고자 함이다. 그래서 인증사진도 찍지 않았다.우리는 현재 진보 아니면 보수로 나뉘어 으르렁대고 있다. 일본인들이 식민통치를 위해 사상적
우리 강아지는 흔히 '말티즈'라 불리는 몰티즈 종이다. 이름은 마루. 그런데 보통 말티즈 보다 몸체가 두세 배 커서 사람들이 말티즈가 맞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우리는 이름을 덧붙여 '마루티즈'라는 변종이라고 농담한다.이 아이가 우리집에 온 지 12년이 흘렀다. 첫 강아지인 토이 푸들을 7년 만에 허망하게 보내고 다시는 강아지를 안 키운다고 했지만 딸아이의 성화에 졌다. 사실 첫 강아지 입양도 강력하게 반대했다. 어떻게 집 안에서 동물과 함께 지내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때도 딸아이의 성화에 졌다.이름은 구슬이. 무척이나 영리한 녀석은
얼마 전 왼쪽 손 엄지손가락에 타박상을 입어 엄지손가락을 한달동안 못쓰게 되는 일이 있었다.엄지손가락 하나 못쓰게 된다 해서 무슨 일이 있을까 했는데 오른손잡이인 필자가 왼손 엄지 손가락하나 못쓰게 되면서 느끼는 불편함은 생각보다 컸다. 설거지를 하는 행위에서도 접시를 들고 비누칠을 해서 물로 헹구는 행위가 이렇게 까지 힘든 일이 었던가. 그 행위에서 엄지손가락의 필요성은 막중했다.그 손가락이 다 나을 때까지 그 한 달간 느낀 신체적 박탈감은 생각보다 컸다. 왜 두 손이 필요한 것인지,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그때에나
공공예술(Public art)이라는 단어는 어디까지의 형용사를 수용할 수 있을까?공공예술(Public art)의 사전적 의미는 거리 공원, 광장 따위의 일반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행해지는 예술이나 활동 등을 지칭한다.그러나 공개된 장소에서의 예술 행위 자체를 모두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제고해 봐야 한다.오늘날의 공공예술 혹은 공공미술은 미국, 일본, 독일 등의 나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되고 오고 있다. 2000년에 들어와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안양, 서울, 광주 등지로 확산되며 도시재생이나 예술의 민주화 개념과 맞물려 새로운 모습
'딩동~' "택배 왔어요."아마도 이 말처럼 반갑고 친근하게 들리는 말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택배(宅配)'는 우리생활 깊숙이 침투해 생활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택배의 어원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집 앞까지 배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우리처럼 상품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신문이나 우유, 또는 간단한 조리음식을 배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우리나라 택배서비스는 1990년 후반 통신판매 발전과 함께 도입됐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로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택배라는 용어가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우
삼월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어머니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급히 나가셨다. 어린 남매는 어머니가 쥐어 준 10원짜리 몇 장을 쥐고 속절없이 좋아라 했다. 저녁이 되자 이웃집에서 급히 우리를 불러 어디론가 데려갔다.그 때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다.퇴근 후 건하게 술 한잔 걸친 아버지를 택시가 치었다. 택시기사는 겁에 질려 난지도 쓰레기장으로 향했고, 아직 숨이 붙어있는 아버지를 그곳에 버렸다. 아버지를 유기한 택시는 마침 단속 중이던 경찰에 잡히고, 아버지는 영등포에 있는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그러나 신분증이 없다고 병원측은
부모님댁 냉장고에 붙어 있는 중국집 자석 전단지다.짜장면이 생각나시면 전단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신다.그나마 한 그릇은 못 시키시고 참으신다.어머니, 아버지 각 한 그릇 비울 자신이 있으실 때에만 다이얼을 돌리신다.부모님댁이 성대 옆 산 중턱에 있어 배달 종사자들에게 한 그릇 시키기가 미안해서다.그래서 필자가 부모님댁에 가면 못 드셨을까봐 종종 배달시켜 같이 먹는다. 그런데 이마저도 못하게 됐다.전화로 시키면 오던 유일한 아날로그 짜장면집이 폐업한 듯하다. 전화를 안 받는다. 개인사정으로 일시 정지란다. 지난주 다시 시도해 봤지만
4월의 봄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안산에서 인천에서 세종에서 목포에서 크고 작은 기억식이 열렸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여전히 봉합되지 못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혐오발언은 치유를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한때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식팔아 장사한다"는 극단적 혐오 발언도 있었다. 대다수 유가족들은 돈보다 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어했다. 보상금을 수령한 일부 유가족도 상처를 빨리 잊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유가족을 직접 만나본 필자가 경험한 일이다.시간이 지나서는 지원금 사용에 대
요즘 20~30대 여성과 대화를 하다보면 결혼에 매우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진지한 대화를 하면 '결혼은 해도 아이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이런 모습이 철없음, 이기심으로 느껴졌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왜 젊은 여성들이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도 간다.필자가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느껴야 했던 그때의 처절함. 이제 아이가 컸다해서 기억 속에 망각의 버튼을 눌러 지난일에 대한 미화를 진행했을 뿐. 그때 난 처절하게 '독박육아'를 하며 밀려나는 경력단절에 눈물을 훔치고는 했었다.10년전만 해도 유교뿌리의 전통사
담장은 쌓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쓰임새가 달라진다. 내 땅을 따지는 사람에게는 경계가 되지만 자연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나눔이 된다. 이 때 담장은 벽이 아니라 미학이 된다.예로부터 담장은 내 것을 구분하는 차가운 평면이 아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압감을 주는 모습은 더더욱 아니었다. 발 돋음만 하면 마당을 훔쳐볼 수 있는 높이였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우리 민족 평균키에서 살짝 높은 다정함이 묻어 있다.담장은 집과 집을 나뉘되 방어막의 역할이 아닌 서로 간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어울림의 형식을 통해 서로의 아름다움
출근길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청년이 오늘도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매일 아침 7시 34분경 대방역에서 천안행 급행열차를 탄다. 9통 2반(전철 9번째 차량 2번째 문)으로 승차해 거리낌없이 핑크카펫에 앉는다. 9통 안에 다른 자리가 비어 있어도 꼭 두 좌석뿐인 핑크카펫 자리를 고집한다. 그러고는 눈가리개를 하고 두툼한 장갑을 끼고 태연히 잠을 청한다. 그가 내리는 곳은 금정역이다.우리는 지하철이나 전철의 각 칸마다 두 좌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 일명 핑크카펫.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자리다.핑크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 2'가 지난 10일 공개되자 시청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혹시 주인공 동은이가 벌이는 사적 복수극을 통해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정의 구현, 인과응보 같은 것을 바라고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어릴 적 우리는 전래동화를 읽으며 그 안의 서사를 통해 '잘못한 자는 벌을 받고 선한 자는 복을 받는다'는 아주 단순한 삶의 이치를 그 안에서 깨닫고 이를 통해 상식을 배우고 삶의 태도를 결정했었다.그러나 현실은 동화 속에서 구현되어지던 정의가 사라지고 없는 것 같은 공허감을 준다.
지난 18일 경기 고양의 한 맘 카카페에서 딸아이가 그린 일장기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태극기에 비해 깔끔하니 아파트에 일장기를 걸자는 제안도 했단다. 지난 3·1절 세종시 일장기게양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됐다. 당시에도 온나라가 시끄러웠는데 나라가 어디까지 추락해 갈지 참으로 안타깝다.알다시피 일장기는 태양을 상징한다. 신화이긴 하나 일본은 태양신 '아미테라스'를 조상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단군과 같은 존재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태양을 숭배하긴 하지만 일본은 건국신화부터 등장한다. 제2차세계대전 때는 떠오르는 해를 상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