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요즘 20~30대 여성과 대화를 하다보면 결혼에 매우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진지한 대화를 하면 '결혼은 해도 아이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이런 모습이 철없음, 이기심으로 느껴졌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왜 젊은 여성들이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도 간다.

필자가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느껴야 했던 그때의 처절함. 이제 아이가 컸다해서 기억 속에 망각의 버튼을 눌러 지난일에 대한 미화를 진행했을 뿐. 그때 난 처절하게 '독박육아'를 하며 밀려나는 경력단절에 눈물을 훔치고는 했었다.

10년전만 해도 유교뿌리의 전통사상을 교육받았다. 여자가 일을 하더라도 아이에 대한 출산과 육아고충에 대한 피로도가 남자보다 높았다. 통계자료를 봐도 그렇다. 지금의 젊은 여성은 여러 가지 학습과 노출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부정적으로 흡수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남자들도 육아휴직을 통해 독박육아 대열에 합류하고 있지만 대기업 직원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 소규모 기업 직원들은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여자도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우받고 공부도 많이 한 세대다.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불합리한 상황에 처한다는 사실을 미리 학습한 젊은 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은 구조적으로 의미없는 결정이라는 결론에 도달 할 수밖에 없는 메시지를 준다.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3년 추정 출산율은 0.7명대가 예상된다. 2025년에는 0.52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은 국가 존폐가 달려있는 위급한 현상을 말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또한 시급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아이 수가 줄어 서울의 화양초가 폐교 절차를 밟고, 도봉고가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은 것은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워 폐원을 결정한 뒤 노인요양원으로 시설 개조를 한다는 점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아이들이 사라진 농촌은 노령층만 살고 있다. 어디서도 유모차를 구경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할 수도 있겠다. 진정으로 너, 나, 우리를 돌보지 않는다면 어쩌면 미래에 아이를 만날 수 없다는 공상과학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들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보장한 육아휴직 기간이 세계적으로 긴 편이다. 남성이 쓸 수 있는 육아휴직기간 또한 OECD국가 중 1위다.

그러나 여성(77%)이 남성(23%)보다 육아휴직을 더 많이 하는 상황에서 육아휴직을 늘리는 정책은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기간을 늘리기보다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위치에서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 정책으로 효과를 거뒀다. 부모가 자녀 1명당 총 480일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90일은 아빠가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이 정책으로 1995년 1.7명이던 합계 출산율이 2010년 2.0명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남녀차별이 없는 출산문화가 젊은층의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산문화와 정책, 정서와 행동이 어우러질 때 출산을 포기하지 않는 문화가 지속 될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함께할 아이를 기쁘게 출산 할 수 있는 사회문화를 만드는 일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국력이 될 수 있다.

■ 홍수자 전문위원 = 국민대 음악학부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 행복을 심어주는 음악원장과 글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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