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때마다 고민했던 책들을 정리했다.
책장이 모자라 부모님집에 지금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놈들도 곧 정리할 예정이다.
대학시절부터 모으기만 하고 버리지 않아 집 한 켠을 차지했던 각종 이론서를 정리하니 내 마음도 홀가분하고 생각의 지평도 넓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그간 나를 만들고 지탱해 주었던 근간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정리한 것은 내 생각의 폭을 더욱 넓히고자 함이다. 그래서 인증사진도 찍지 않았다.
우리는 현재 진보 아니면 보수로 나뉘어 으르렁대고 있다. 일본인들이 식민통치를 위해 사상적으로 그어놓은 동·서의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나아가 더 한탄스러운 것은 조선시대와 맞먹는 붕당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 이마저도 강력한 대통령제의 영향일 듯 싶다.
한국의 과학, 경제, 문화 등은 모두 세계 첨단을 걸으며 선도하고 있는데 유독 정치만은 아직도 조선시대를 못 벗어나고 있으니 한탄스러울 뿐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대통령에게 귀속되고, 야당은 야당답게 더 극으로 치달아 일인독재 정당을 만들고 있으니 이를 본 국민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겪으면서 나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도 언젠가부터 중심을 잃고 몽니를 부려 타인에게 아픔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SNS를 끊고 나를 돌아보았다.
호수 아래에 잠긴 나는, 결국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난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바뀌기 위해 필요한 것이 뭐냐를 고민하다, 나를 만들어준 일방의 이론서들을 내 눈에서 보이지 않게끔 과감히 버려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하지 않았는가.
눈물을 머금고 고물상에 넘겼다. 그러고 나서 텅 빈 책장을 보니 여유가 생겼고 새로 채워 넣을 곳이 생겨 한층 마음도 눈도 편안했다.
앞으로 빈 책장에 어떤 생각들이 채워질지, 아니면 장식장으로 남을지는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것을 넣을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행동이 퍼포먼스일 수도 요식행위일 수도 있다. 나를 지배하고 조정했던 내 생각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비록 소소하지만 오늘의 내 작은 행동이 내 생각의 변화에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이렇게 살고 싶어 스스로 지은 호(號)인 '사람人'처럼,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자신이 되고자 하는 내 생각에 일조하리라 믿는다.
태평양에 사는 나비의 날갯짓이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폭풍우를 일으킨다.
이렇듯 나의 이론서 버리기도 내 하나의 몸짓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그러다 마침내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꿈꾸는 '미래의 정치가'들이 중심이 되어 신명나는 여의도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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