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경섭 논설위원
▲ 민경섭 논설위원

근래 흡연자 많아진 듯 하다. 실내가 금연구역이기에 밖으로 나온 탓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라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불안정하니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워 흡연량이 늘었을 수도 있다.

건물벽면 옆이나 도로, 골목길에서는 흔히 흡연자를 볼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지나칠 때마다 담배 연기를 맡게 되고 저절로 목을 움추려 피하게 된다.

필자도 35년간 하루 평균 두갑에서 피우다가 금연한지 2년이 됐다. 처음 1년은 길에서 맡는 담배 냄새가 그리 싫지 않았지만 점점 괴로워 지더니 이제는 아예 맡을 수가 없게 됐다.

흡연의 자유는 흡연구역에서 누렸으면 한다. 60세 미만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금연을 권한다.

하지만 60세가 넘으면 강하게 권하지는 않는다. 알아서 할 것이고 금연 압박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오히려 건강에 많이 해로울까 걱정되서다.

백해무익한 흡연의 해로움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로 대형건물부터 도로까지 순차적으로 법으로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흡연공간이 줄어 들었다.

사회적으로도 금연에 대한 관심도가 고조돼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때맞춰 전자담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연기가 없고 냄새가 없고 손에 니코친이 묻지 않는다고 했다.

기존 잎담배와는 전혀 다르고 몸에 해롭지 않은 것 처럼 이상한 인식이 만연됐다. 순식간에 전자담배가 대세가 됐다. 금연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쾌재를 부르며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청정 건강사회로의 절호의 기회를 한순간에 전자담배가 말아 먹은 것이다.

직장생활 당시 직원들은 회사 1층 현관 앞으로 나가서 흡연을 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일상이었다. 현관에서 마주치면 대여섯명이 같이 승강기를 타면서 정말 승강기가 담배에 쩔어서 지하로 떨어질지도 모른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냄새가 심한게 사실이었다.

그때 이런 우스갯소리를 했다.

"어 미안하네. 추운 날 건물 밖에서 담배피우고 들어오게 되서, 조금만 참아 봐. 내가 좀 있으면 책상앞에 고깃집에 있는 주름관을 하나씩 매달아 줄테니 담배필 땐 당겨서 피우고 다 피우면 올리고 …."

당시 승강기 안이 웃음바다가 됐던 기억이 난다.

금연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신기해 했다. 나 자신도 담배를 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담배 피우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절대로 못 끊을거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금연 시도할 지 생각하는데 2년, 어떻게 끊을지 전략수립하는데 3년, 액션플랜 짜는데 3년, 최종 점검 2년, 이렇게 대충 10년이니 그냥 피우다 죽지.

금연을 실행하지 못하면서 걱정만 하면서 피우는 것은 담배 때문에 해로움으로 일찍 죽는 것이 아니고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강박감과 스트레스로 일찍 죽을 것이니 끊지도 못할 바엔 맘 편히 피우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금연 12년이 됐다. 그냥 기분은 좋다. 꼭 뭐가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건 사실이다. 안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 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두갑에서 첫날 한갑반 피우고, 둘째날 한갑 피우고 세째날 반갑 피우고, 네째날 5개피 피우고 다섯째 날부터 피우지 않았다.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던가 아니면 그냥 안 피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가볍게 시작해야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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