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집 앞에 서울사범대학이 있었다. 오형제를 두신 부모님은 항상 가정교사를 두셨고 자연히 서울사범대학생이 많았다.
1년여를 가르친 한 가정교사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고 오지 않았다. 얼마 후에 서울대생 가정교사가 가짜대학생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당시에는 가짜대학생이 꽤 있었고 심심치 않게 이야기 꺼리에 오르곤 했다.
우골탑을 기원한 시골 부모님들의 성원에 그렇게라도 했어야 했나 보다. 오죽했으면 그런 짓을 했을까 안타까운 생각도 들지만 엄연한 불법이고 비윤리적이다.
모 대학의 유명인사는 대학을 제대로 졸업하지 않았다. 학점미달로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했다.
하지만 한 과목을 위해 학교에 나오고 싶지 않았던 이 인사는 재학중인 후배에게 한 학기, 한과목을 통째로 대리 출석시켰다. 물론 졸업장을 받았지만 떳떳하지 않았다.
이를 모른 척 지나 왔어도 이를 알고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알고 대리한 후배가 알고 내가 알지 않은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입학도 하지 않고 편입도 하지 않은 학과의 교우모임에 나오는 인사가 있다. 물론 편법으로 누군가 인정해준 덕이다.
부전공을 했다고 하면서 알고 지내는 친우가 있어 허용됐다고 해도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화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법대 교우모임에 법대생처럼 참여하는 것이다. 정작 화학과 교우모임에는 나가지도 않는다. 뭔가 잘못된 인생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옳고 바른 것이 좋은 것"이라고 했더니 "그렇게 너무 옳은 것만 고집하고 깐깐하면 재미가 없다"고 한다. 옳고 바른 것과 재미는 1도 관계가 없다.
그렇게 해서 한국정치가 이 지경까지 무너졌고, 부정부패가 만연하지 않았던가.
가정과 커뮤니티가 잘 운영되려면 구성원들이 상식의 선상에서 본인이 적법해야 하며 룰을 잘 준수해야 한다. 사회가 잘 운영되고 발전하려면 구성원들이 그 사회에서 정하고 따르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려면 개개인 모두가 정직하고 진솔해야 한다. 그런데 정직과 진솔됨은 겸손에서만 나온다. 겸손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겸손하지 않은 것은 경험하지 못했거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고 지능의 문제라고 지적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노력해서 깨우쳐야 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본인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