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희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 안경희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삼일회계법인의 홈플러스 기업 회생 조사 보고서가 12일 제출되면서 홈플러스는 중요한 기로에 섰다.

홈플러스 계속기업가치가 2조5000억원인 반면 청산가치는 3조7000억원으로 분석했다. 청산가치가 1조2000억원 더 높다고 결론 내렸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등 총자산이 6조8000억원으로 평가된 결과다.

홈플러스는 삼일회계법인 보고 내용을 받아들여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신청했다.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청산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기업 회생 신청 이전부터 익스프레스와 주요 점포 폐점·매각을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는 회생계획 인가 전에 M&A를 다시 한번 시도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생존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홈플러스는 126개 점포와 310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매각 과정에서 노동자 급여와 복지, 거래처 상환 등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을 유지하던 상황에서도 노동자들로부터 구조조정의 공감대를 얻지 못해 현재의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회생계획 인가 전 M&A는 기존 대주주 지분을 모두 상각하고, 인수자가 회사에 새로운 자금을 유상증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와 임대인 등 홈플러스를 생업의 현장으로 삼았던 관계자들의 피해를 입는 일이 없어야 한다.

현재 계획이 실현되면 대주주인 MBK를 통해 홈플러스의 지분에 투자했던 국민연금의 손실도 확정된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상환전환우선주(RCPC)가 주주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이 역시 대규모 감자의 대상이 돼 손실이 확대된다. 채권 지위를 얻게 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회수돼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 진다.

국민연금과 같이 국민이 갹출한 자금을 운용하고 지급해야 하는 연금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그 과정은 더욱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

이번 기회에 관련 절차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MBK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위탁운용사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기관인 공무원연금공단도 MBK에 추가 출자하려던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단발성 조치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번에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해 사모펀드의 출자가 연금의 수익률 제고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상에는 투자하지 않도록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 대상이나 전략을 완전히 공시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최소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출자자에게는 관련 정보가 공개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 

투자 심사 및 사후 관리 강화 방향으로 투자 가이드라인도 재정비해야 한다. 최초 계획과 다르게 운영될 경우 투자자금을 즉시 회수하는 조항을 포함해 사모펀드의 과도한 사익 추구를 줄이고 국민연금에 손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홈플러스와 같이 국민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비상장기업에 사모펀드를 통해 연금이 투자하는 경우에는 반기감사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해 정보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감사보고서 주석에 기재되었던 메리츠금융 차입금에 조기상환조건이 존재함을 지난 5월 29일 감사보고서를 통해서야 비로서 확인할 수 있었다. 

'홈플러스 사태'가 청산 절차를 밟을지, M&A를 통해 극적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 회생할 수 있을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안경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서강대 경제대학원 대우교수 △나사렛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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