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내부자거래 사전 신고 의무화 제도 시행
불공정거래 예방 투자자 보호 등 긍정 효과 기대
오는 24일부터 내부자거래 사전신고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다. 일반투자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내부자란 회사의 이사·감사 및 업무집행책임자인 사실상의 임원(de facto director)이나 의결권 주식 10% 이상 소유, 임원 임면 등 주요 경영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주주를 의미한다.
이들이 50억원 이상의 거래를 할 때 최소 30일 전에 거래목적, 거래금액, 거래기간 등을 공시해야 한다. 거래계획 미공시·허위공시·매매계획 미이행 등 제도를 위반하면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소액주주가 홀대 받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소액주주의 권익과 재산보호를 위해 진일보한 제도로 환영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대주주의 소액주주 무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유형이 미공개중요정보(material non-public information)을 악용한 내부자의 선행매매다.
다우키움그룹의 김익래 회장은 2022년 그룹 지주사인 다우데이타 주식이 급등하기 직전 별다른 이유없이 주식을 약 3만5000주 추가로 매입했고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을 장외 매도해 약 605억원을 챙겼다.
사회적 비난과 미공개중요정보 악용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김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회장직과 키움증권 등기이사직 사임, 주식매도 대금 605억원 전액 사회 환원 등을 발표하며 뒤로 물러섰다.
삼양식품은 고(故) 전종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막내딸 전세경 씨가 보유 주식 1만4500주를 전부 매도해 70억 원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문제는 이것이 늦장공시였다는 점이다.
지난 5월 24일 전 씨의 매매가 있었지만 공시는 25일이나 늦어졌다. 대주주 일가의 주식 매도 소식이 전해지며 K-Food 열풍에 힘입어 상승가도를 달리던 삼양식품의 주가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물론 내부자의 주식매매가 모두 미공개중요정보를 악용한 것은 아니다. 상속세, 증여세, 양도세 등 세무적인 문제나 주택 구입 등 가사자금 등 정상적인 이유의 주식매도와 신규 임원의 책임경영 강화 차원의 주식매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러한 주식매매가 사후에 보고됐고, 소액주주나 투자자들이 주식매매의 사유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내부자거래 사전신고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거래금액, 거래가격·수량, 거래기간 등이 최소 30일 전에 거래계획 보고서를 통해 공시돼 내부자의 주식매매 관련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불공정거래 예방과 투자자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그 내용의 적절성과 합리성에 따라 주가에 차별적으로 반영돼 주가의 가격발견기능이 제고되고, 증권시장의 효율성도 증대될 것이다.
이러한 제도 개선 하나 하나가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신뢰성을 높여 증권시장을 실질적으로 밸류업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는데 일조하기 바란다.
■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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