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에서 2024년 1월까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616억원(42건) 규모의 부적정한 대출을 실행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5월 발생한 우리은행 창원지점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사고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대출은 통상의 기준이나 절차를 따르지 않고 350억원가량이 부적정하게 실행됐다.
비정상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하거나 부동산매매가격 실거래가 불일치가 발생했는데도 별도 사실 확인 없이 대출해 줘 사문서위조나 사기 등 혐의가 존재한다.
대출의 용도외유용 이력을 무시하거나 차주의 신용등급을 근거없이 상향해 본점 승인을 피하는 심사절차 위반도 확인됐다.
기본적인 대출서류 확인과 심사절차 위반 같은 대출사고가 왜 우리금융에서 계속될까.
이번 부정 대출은 표면적으로 보면 기본 중에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내부통제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자신을 포함해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도 이미 1분기에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했고 4월에 관련자 징계를 마쳤지만, 금감원 수시검사 발표를 앞둔 9일에서야 부적정 대출 취급 관련자를 위조 및 배임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소한 것을 보면, 금감원의 조사가 없었다면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
임 회장의 금융사고 원인에 대한 진단이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다.
전임 손 회장이 관련된 문제라 쉬쉬하며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임 회장이 이 사건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을까.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 우리금융의 지휘체계는 가히 엉망이라 할 수 있다.
보고는 받았지만 금감원 수시검사 발표 직전까지 쉬쉬하며 숨기려 했다면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도록 부당한 지시를 내린 장본인이 임 회장이 아닌지 통렬하게 자성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한일은행계와 상업은행계의 계파싸움으로 악명 높은 문제아다.
자기 계파 사람이 위에 있을 때 최대한 인사적으로 혜택을 봐야 한다. 윗사람 심기를 알아서 챙겨주다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 공산이 크다.
그리하지 않았으면 눈 밖에 나서 직장인 밥줄이 바로 끝났을 것이다.
여기에 관치금융 회장이 더해졌으니 조직은 더 복지부동하며, 생동력을 잃고, 내부통제제도가 무너지며 좀도둑만 늘어나게 됐다.
우리금융의 환골탈태를 우리 모두 기다린다.
■ 안경희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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