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한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내용이다.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이나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된다.

오는 27일부터 50명 미만(50억원) 사업장에도 확대될 예정이지만 '유예'를 놓고 정치권과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이 시행된 후 기업은 사고 예방에 전권을 부여한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Chief Safety Officer)를 선임해 산업재해 대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CSO는 기업의 안전보건과 관련된 조직·인력·예산 운용을 맡아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세이프타임즈가 기업과 기관의 중대재해, 안전사고 실태를 점검하고 CSO, 안전관리자를 탐구하는 연중 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

■ 한국국토정보공사 최충환 안전관리처장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안전관리자는 최충환 안전관리처장이다.

최 처장은 LX의 고객지원처장, ESG경영처장을 거쳐 올해 안전관리처장으로 임명됐다.

LX는 2021년 1월 개정된 공공기관의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에 따라 안전 특별 관리 대상인 기관안전관리 중점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에 LX는 사업총괄 부사장 직속으로 종합 안전관리 전담조직인 안전 관리처를 신설했다.

LX는 안전보건을 경영의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모니터링과 문제점 개선으로 안전보건 경영체제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LX는 기존 81억1000만원의 안전예산을 135억5000만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 2015년 LX 간부 폭행 사건

2015년 6월 LX인천본부의 간부 A씨는 근무 시간에 음주를 하고 사무실에 있는 여직원을 성추행하고 폭행했다.

오후 4시부터 A씨는 사무실 여직원 B씨에게 2시간가량 폭언을 하고 성추행을 저질렀다.

B씨는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A씨가 B씨를 상대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B씨는 A씨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구타당했고 전신에 타박상을 입어 입원치료 3주가량의 상해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엔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라고 정의돼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는 '제3자의 행위로 근로자에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근로자가 담당한 업무가 사회통념상 제3자의 가해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라고 인정되면 그 사고는 산재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바목(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에 따른 업무상사고로 본다'고 규정했다.  

업무의 범위를 벗어나는 사적인 관계에서 촉발된 폭행을 제외하고 직장 상하 관계에서 일어난 폭행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LX는 사건 축소·은폐 보고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가해자에게 3개월 감봉으로 경징계를 내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파장이 커지자 LX는 자체 감사 후 해당 간부에게 1계급 강등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 2021년 국감 "LX, 안전관리 실태 부실"

2021년 국정감사에서 LX의 안전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LX는 앞서 업무상 재해 원인조사 요령을 수립했지만 실무자가 전사 알림이나 교육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X 본부와 지사는 내부감사가 진행되기 전까지 재해 조사 요령이 마련된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LX는 안전사고 발생률이 계속 증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LX에선 △2016년 10건 △2017년 10건 △2018년 14건△2019년 36건 △2020년 54건 △2021년 8월말 기준 5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유형별로 살펴보면 △업무 중 교통사고(26건·25.4%) △비탈면, 경사로 등에서 넘어짐 사고(23건·22.5%) △현장 작업 중 말벌 쏘임 등 동물상해(13건·12.7%) 등이었다.

사고로 인해 발생한 부상자는 모두 117명으로 △교통사고 △넘어짐 △동물상해 △절단·배임·찔림 △무리한 동작 △낙상 △부딪힘 등이 원인이었다.

LX는 휴업 일수가 3일 이하인 사고를 제외한 모든 업무상 재해에 대해 원인 조사를 의무화했지만 사고 원인 보고서는 3건에 그쳐 당시 안전관리 부실 지적을 받았다.

■ 2022년 "안전사고 35% 감축하겠다"

2022년엔 중대재해 제로와 안전사고 35% 감축을 목표로 전국 지역본부·지사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재정립하는 지침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안전보건경영에 중점을 두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 2023년 과로사 직원 업무상 재해 인정

지난해 법원은 잦은 출장 등 과로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전북지역본부팀장 C씨에 대해 업무상 재해가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2020년 10월 C씨는 극심한 흉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심근경색이 발생해 급성 심정지로 사망했다.

당시 C씨는 팀장을 맡아 마케팅·고객관리·인사 등 업무가 과중했고 출장이 잦았다. 3개월 동안 30차례 출장을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전주의 한 대학에서 매주 화요일 시간강사를 맡아 두 과목을 가르치며 과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