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한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내용이다.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이나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가 무산돼 지난 27일부터 5인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에도 법이 확대 시행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기업은 사고 예방에 전권을 부여한 최고안전책임자(CSO·Chief Safety Officer)를 선임해 산업재해 대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CSO는 기업의 안전보건과 관련된 조직·인력·예산 운용을 맡아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세이프타임즈가 기업과 기관의 중대재해, 안전사고 실태를 점검하고 CSO, 안전관리자를 탐구하는 연중 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

■ 대우건설 김영일 전무

대우건설의 CSO는 김영일 전무다.

1968년생으로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건설에 입사해 32년째 재직하고 있다.

2012년 탄현주공재건축현장소장을 시작으로 현장을 경험한 뒤 잠시 상품개발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6년 고덕그라시움 현장소장을 맡았다.

2020년 도시정비사업실장을 거쳐 2021년 상무로 승진해 1년 뒤 주택건축사업본부 도시정비사업담당 임원을 지냈다.

2022년 대우건설은 처음으로 CSO를 선임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맞아 2021년 안전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안전혁신추진단을 꾸렸다. 하지만 기업결합 등 내부 사정으로 국내 주요 10대 건설사 가운데 CSO 선임이 가장 늦었다.

■ 2019년

◇ 1월 16일 오전 6시 40분쯤 경기 시흥 대야동의 시흥 센트럴 푸르지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하도급업체 노동자 2명이 질식사했다. 숨진 노동자들은 전날 야근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사 현장 41층의 밀폐된 공간에서 콘크리트 양생 작업을 위해 드럼통에 갈탄을 피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를 과다하게 흡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사고로 대우건설은 당국으로부터 1억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 3월 27일 오후 1시쯤 대곡-소사 복선전철 3공구 현장 경사갱 구간에서 토곡상차 구간 인근 노동자 한 명이 흙 상차장비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달 뒤 사망했다.

■ 최악의 살인기업

 2020년 4월 27일 노동건강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건설을 '2020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꼽았다.

당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관계자는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사업장에 관한 고용노동부 점검에서는 매번 수천 건의 법 위반이 밝혀지고 있다"며 "노동자 사망 사고는 개인 과실에 따른 우연한 사고가 아닌 위험의 구조를 만들고 방치해서 생기는 기업의 구조적 살인행위'"라고 주장했다.

■ 2020년

◇ 10월 11일 경기 부천의 지하철 가계단 철거 작업 현장에서 하도급업체 노동자가 2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해당 사고가 일어난 곳은 대곡-소사 복선전철 3·4공사 구간으로 당시 노동자는 지상과 지하 공사현장을 연결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했던 철제계단 철거작업을 하고 있었다.

■ 2021년

◇ 2월 경북 청도군 운문댐 건설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암석에 깔려 사망했다.

◇ 4월 14일엔 부산 해운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이동식 크레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4월 30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성북 장위동의 재개발 현장 장위 10구역 철거 공사 과정에서 건물이 무너졌다. 당시 건물 3층에서 작업하고 있던 노동자 한 명이 지하 3층으로 추락해 매몰됐다. 매몰된 노동자는 다음날 오후 4시 40분쯤 호흡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성북소방서 구급지도 의사가 노동자의 사망을 확인했다.

■ 고용노동부 감독 진행

잇따른 사망사고로 고용노동부는 대우건설 감독을 진행했다.

6월 29일 노동부가 발표한 감독 결과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10년간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품질안전실장으로 안전보건분야 비전공자가 임명됐다. 이마저도 평균 근무기간이 1년 이내로 전문성·연속성 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고 늘어난 공사 현장에 관리감독자가 적기에 배치되지 않았다.

이후 노동부는 대우건설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모두 4억53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 2022년

◇ 2022년 4월 19일엔 부산 해운대구 주상복합시설 공사현장에서 하도급업체 노동자 한 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화물용 리프트를 연장하는 작업을 하다가 7ｍ 아래로 떨어졌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노동자는 끝내 숨졌다

◇ 7월 12일 오전 9시 55분쯤 인천 서구 가정동 루원지웰시티푸르지오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오수관로 매설 작업이 진행되다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측량기사 보조 업무를 맡았던 중국 국적의 노동자 한 명이 흙더미에 깔려 크게 다쳤다. 해당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

◇ 8월 25일 오후 1시 10분쯤 인천 서구 한들구역 부지 조성현장에서 대형 철제 H빔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하도급업체 노동자가 H빔에 부딪혀 머리를 크게 다치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H빔은 방음벽 설치 과정에서 뼈대로 사용된 것으로 길이 7.2m, 무게는 300㎏ 크기였다. 당국은 H빔의 안전고리가 빠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분석했다.

■ 2023년

◇ 2023년 7월 12일 11시 20분쯤 석유제품 터미널 공사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덤프트럭에 깔려 숨졌다.

숨진 노동자는 굴착기 유도 업무를 하다가 후진하던 덤프트럭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해당 노동자는 끝내 숨졌다.

◇ 10월 11일 오전 8시 35분쯤 인천 서구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자재 반출 작업을 하고 있던 하도급업체 노동자는 개구부 덮개를 들다가 3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 2024년

◇ 2024년 2월 13일 오전 충북 음성군 대우건설의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업체 노동자 한 명이 추락했다. 사고 당시 노동자는 낙하물 방지망을 해체하던 작업을 하다가 18ｍ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 3월 5일 오전 8시 10분쯤 의왕 학의동 오피스텔 신축 현장에서 중국 국적의 노동자 한 명이 추락사했다. 당시 지하 4층에서 작업하고 있던 노동자는 4m 아래 지하 6층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숨진 노동자는 합판 위에서 골조 구조물을 해체하다가 합판이 무너지면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