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성에 가고 싶다] 벚꽃처럼 만개한 '사랑의 비밀'
[그 성에 가고 싶다] 벚꽃처럼 만개한 '사랑의 비밀'
  • 이지운 작가∙시인
  • 승인 2018.04.09 10:1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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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크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
▲ 헨리크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

"(노라) 당신은 언제나 내게 친절했어요. 하지만 우리 집은 그저 놀이방에 지나지 않았어요. 나는 당신의 인형 아내였어요. 친정에서 아버지의 인형 아기였던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내 인형들이었죠. 나는 당신이 나를 데리고 노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토르발, 그게 우리의 결혼이었어요…"

한 여자의 삶이 처녀일 때는 인형 아기로, 결혼해서는 인형 아내로 점철되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이는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이라고 불린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다. 입센은 이 희곡을 1879년에 내놓았다. 그러나 그 시절엔 여자가 화목한 가정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게 당연했다. 인형의 집을 박차고 나가는 '노라'를 환영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인형의 집>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헌신적인 노라와 남편 헬메르의 이야기다. 헬메르가 은행 총재로 취임을 앞두고 있던 때, 노라의 친구 린데 부인이 일자리를 부탁하러 찾아온다. 노라는 8년 전, 남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한 채 크로그스타드에게 빚을 진 사실을 친구에게 털어놓는다. 결국, 이 비밀은 실직의 위기에 놓인 크로그스타드의 협박을 통해서 공개된다. 이를 알게 된 헬메르는 노라에게 분노를 쏟아낸다. 그러나 차용증서를 돌려받자, 그는 이성을 되찾으며 노라에게 용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라는 이미 자신의 존재가 인형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헬메르) 노라, 당신은 남자의 마음을 몰라. 자기 아내를 용서했다는 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건 남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일이지. 자기 아내를 진심으로, 거짓 없이 용서했다는 것 말이야. 그럼으로써 여자는 두 배로 그의 소유물이 되니까. 그는 아내를 이 세상에서 다시 낳아 준 거야. 아내는 어떻게 보면 그의 아내이면서 그의 아이이기도 하지. 힘없고 무력한 존재인 당신은 앞으로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될 거야..."

▲ 헨리크 입센
▲ 헨리크 입센

여자는 그저 남자의 소유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는 헬메르는 노라의 마음이 그와 가정에서 떠났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노라는 그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랑을 해왔는지, 가정보다는 자신의 명예가 우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남편과 마찬가지인 인간이라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더는 남편의 보호라는 새장 속에 갇혀 있기를 거부한다. 그야말로 독립적인 인간임을 선언하는 숭고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인형의 집>이 발표된 지 139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노라가 깨달았던 것처럼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까. 더 나아가 독립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노라가 그러했듯 혹시라도 누군가의 본능을 해소해주는 종달새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자들에게는 오묘한 샘이 있다. 이 샘에는 소통과 사랑의 물이 흐른다. 그러나 독립적인 섹스를 할 수 없었던 노라의 샘은 무참하게 말라버렸을 것이다. 이렇듯 여성의 샘은 소통을 하지 못하면 가물어버린다. 그러나 가끔 여자가 어떤 상태인지 관심도 없는 남자들이 있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랑의 스킨쉽 없이 샘을 침범하는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여자의 자존감과 독립심에 지독한 상처를 주는 남자들이 있다.

그렇다면, 남자들의 독립적인 섹스는 어떠한가. 언제나 유희와 쾌락을 즐기고 있을까. 혹 아무런 기쁨도 없이 의무적으로 사랑의 행위를 강요받지는 않을까. 때로는 배란일이 적힌 달력을 뚫어지게 보며 씨를 뿌리는 농부의 역할에 허탈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말이다.

남자와 여자가 이러하다면 과연 독립적인 섹스는 있기는 할까. 상대와 더불어 자신의 몸을 위해 행복한 섹스를 하는 것. 의무 방어전이나 무기력하게 공격을 당하는 일일랑 아예 일어나지 않는 행복한 유희가 벚꽃처럼 퍼져나가는 쾌락의 봄날이 있기는 한가.

창밖에 꽃들이 살랑살랑 손짓한다. 이제, 꽃들에게 배워야 할 때다. 준비 기간은 길지만, 그들의 짧고 아름다운 만개를, 그 깊은 의미를 말이다. 봄날의 섹스도 그러하다. 준비가 길수록, 아름답고 화려한 만개가 도래하는 그런 독립적이며 당당한 섹스를 이 봄날에 실컷 해보자. 벚꽃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샘에 넘쳐나는 사랑의 물을 기대하며.

■ 이지운 작가·시인 =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매체공학을 전공하고, 광고·홍보·전시 등 영상 시나리오 1000편 이상을 쓴 전업작가다. 휴먼 판타지 소설 <더 아일랜드>를 출간했으며, <서정문학> 제59기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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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하 2018-04-17 09:46:53
오호~ 독립적이며 당당한...

독자G 2018-04-09 18:10:14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것은 없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해가면서 사회의 인식은 변화하기 마련인데 "인형의 집"은 요즘에 나온 작품이라고 의미를 하는 바가 현대 사회에 맞을 정도의 작품인 것처럼 '노라'라는 '여성'의 해방이라는 주제를 떠나서 '노라'라는 한'사람'이 억압된 가족이라는 틀을 떠나서 자유롭게 되는 해방으로 자유의지로써 행복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사랑이라는 틀안에 가두고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 하지 말고 그저 손을 잡고 같은 길을 걸어나가는 사랑을 하기를

오정숙 2018-04-09 11:12:53
성이 더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지 않기를... 대지의 꽃처럼 자연 그대로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