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성에 가고 싶다] 고정관념의 벽을 무너뜨리는 섹스
[그 성에 가고 싶다] 고정관념의 벽을 무너뜨리는 섹스
  • 이지운 작가∙시인
  • 승인 2018.08.14 13:3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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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셰익스피어.
▲ 윌리엄 셰익스피어.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To be or not to be'는 사느냐 죽느냐,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로 위에서처럼 '있음이냐 없음이냐'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는 유명한 문구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영국의 대문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의 명대사다.

햄릿은 그 태생부터 암울한 내용을 담고 있다. 햄릿은 국왕인 아버지의 죽음에 이어 삼촌이 어머니를 아내로 차지하고 덴마크 왕위에 오르자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설상가상 혼령의 등장으로 아버지가 삼촌에게 독살당했음을 알게 되자 그는 연극을 만들어 궁정에 이 사실을 폭로한다.

범죄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 햄릿의 삶 전체에 죽음의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올라 그 일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결국 햄릿과 그의 사랑인 오필리아의 일가족, 그리고 어머니와 삼촌은 죽음의 연기를 흡입한 채 생을 마감한다.

거짓과 배신, 음모가 난무한 세상 속에서 햄릿은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다. 살아갈 힘조차 존재하지 않는 자아의 갈등과 번민. 그는 이러한 잔혹한 현실 속에서 어머니를 추궁하며 몰아세운다.

"왕비 : 오 햄릿, 그만해라. 넌 내 눈을 바로 내 영혼으로 돌려놨고, 거기에는 시커멓게 착색되어 안 지워질 오점들이 보이는구나.

햄릿 : 아니, 그러고도 타락에 푹 절어 역한 돼지우리 속에서 아양 떨며 구애하고 추한 땀 기름 묻은 침대에서 살아요!..."

햄릿은 아버지가 독살된 게 아니라 자연사했어도 삼촌의 아내가 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거라며 오열한다. 결과적으로 어머니로 인해 햄릿은 왜곡된 시선으로 사랑을 보고 구애했던 오필리아에게조차 순결을 강요하며 떠난다. 욕망을 좇다 죄를 지어 사느니 수녀가 되어 떳떳하게 살라는 뜻으로 말이다.

햄릿의 나이가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10대 청소년의 행동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친절하게도 그의 나이가 서른임을 알려준다. 그 당시의 서른은 지금의 마흔 정도라 할 수 있는데, 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로 인해 극심한 여성 혐오를 겪게 되었다.

▲ 햄릿에 등장하는 삽화.
▲ 햄릿에 등장하는 삽화.

그렇다면 이러한 이성에 대한 혐오는 어른들의 추악한 민낯을 봄으로써 생기는 것일까. 어린 시절, 인간이 어떤 절차를 통해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게 됐을 때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성스러워야 할 탄생의 신비가 포르노 영화처럼 저급하게 여겨지며 사랑에 대한 왜곡이 생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탄생은 매우 아름답고 극적인 쾌감 속에서 이루어진다. 섹스는 두 사람의 정신적인 공감대를 육체적으로 승화시킬 뿐만 아니라 숭고한 탄생을 여는 비밀스러운 문이 된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만든 포르노 잡지를 통해 성을 접했을 때, 왜 하필 배출하는 기관이 섹스의 문이 되는지 의구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입이라는 기관이 음식을 먹고, 좋은 이야기를 쏟아내면서도 온갖 추악한 욕설을 쏟아내는 다중적인 행위를 하는 것처럼 모든 기관에는 다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복수하고 삶을 끝낼 방법만 연구하다 끝내 사랑도 하지 못한 채 골방에서 눈을 감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 그대의 마음속에 이성에 대한 혐오가 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그의 어떤 면이 혐오스러운가. 그 혐오가 혹시 내게도 존재하는 성질의 것은 아닌가 말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라는 기초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사랑의 성은 결코 지을 수 없다. 아마도 부실시공으로 인해 건물이 붕괴하여 큰 피해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혐오감이 든다면 더 적극적으로 남성에 대해, 여성에 대해 연구하며 부딪혀보자. 알고 보면 그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같은 것을 떠올리며 자극을 받을 수도 있는 존재들이다.

이 밤, 마음속에 자리한 고정관념이라는 흉측한 벽을 무너뜨리는 섹스를 뜨겁게 하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소통을 방해했던 것들이 모두 무너지며 왕성한 교류가 이루어질 것을 믿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창 너머 별들의 축포가 쏟아지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사랑 고백이 달콤하게 연주되는 그런 밤을 눈부시게 맞이하길. 그런 밤의 환희가 진심으로 그대에게 쏟아지길.

■ 이지운 작가·시인 = 광고·홍보·전시 등 영상 시나리오 1000편 이상을 쓴 전업작가로, <서정문학> 제59기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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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팬 2018-08-26 20:48:52
아름다운 사랑의 성을 짓기 위해서 상대에 대한 이해라는 기초공사가 필요하다는 말이 참 공감되네요
햄릿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런 칼럼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정말 존경스러워요
늘 응원합니다

은희 2018-08-18 16:55:11
왜곡된 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네요.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하차장 2018-08-15 21:47:37
상대에 대해 이해하려다보면 어느새 경찰의 출석통보서가... 그래서 창너머 별들의 축포는 늘 꿈속에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