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개봉해 화제가 된 소피 바르트 감독의 작품 <마담 보바리>의 한 장면.

"그녀의 옷자락이 남자의 우단 저고리에 찰싹 붙었다. 뒤로 젖힌 그녀의 흰 목덜미가 한숨으로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는 아찔해진 그녀는 온통 눈물에 젖은 채 긴 전율과 함께 얼굴을 가리면서 몸을 내맡겼다. 저녁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 ."

이는 카프카에게는 바이블로 알려진 소설, 누보 로망(전통적 소설 개념을 타파하고 새로운 소설의 양식을 추구하는 20세기 중반의 신소설을 뜻함)의 작가들에게는 교과서가 된 소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명작 <마담 보바리>에서 엠마가 그의 정부인 로돌프와 격정적인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마담 보바리>의 내용은 이렇다. 시골 의사인 샤를르 보바리의 아내인 엠마는 낭만적인 공상으로 가득 차서 오직 자신만을 사랑하는 착한 남편과 권태로운 시골 생활에 환멸을 느끼며 2명의 정부와 애정행각을 벌인다.

딸과 남편을 돌보지 않고 화려한 생활을 이어가던 엠마는 빚 독촉과 가산 탕진으로 음독자살을 한다. 결국, 슬픔을 이기지 못한 남편 샤를르도 아내 곁으로 떠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엠마가 가진 낭만적인 공상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로맨스 소설을 탐독했고, 가정을 꾸린 상황에서도 그것을 절대 놓지 않았던 그녀의 머릿속엔 언제나 멋진 옷을 차려 입은 파리의 귀족들이 즐비했다.

또한, 상류층의 파티를 경험한 뒤, 환락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언제나 목말라했던 그녀 앞에 바람둥이 신사 로돌프가 나타나자, 엠마는 그에게 몸과 마음을 모두 던져버린다.

▲ 2015년 개봉해 화제가 된 소피 바르트 감독의 작품 <마담 보바리>의 포스터.

여기에서 잠깐 엠마가 가진 공상을 성적 판타지에 비교해서 살펴보자. 지난 글에서 필자는 섹스를 <핫 바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다. 섹스는 의사소통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엠마는 단 한 번도 남편과 온전한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기에 그에게서 전율하지 못했다. 아니, 그녀는 남편과의 섹스에서도 파리의 귀족을 떠올렸을 테고, 그의 남성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드러운 손길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자신을 거칠게라도 다뤄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편인 샤를르는 부인을 엄청나게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그런 섬세한 성적 주문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우리는 흔히 섹스의 자극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머리를 분주하게 움직여 다른 사람들과 색다른 상황들을 끊임없이 지어내는 판타지에 몰입한다.

그렇다면, 엠마는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가정을 버리고, 비극의 숲을 헤매게 된 걸까. 현실과 판타지는 대립 관계에 놓여 있다. 현실이 강하면 판타지는 사라지고, 판타지가 강하면 현실이 사라지는 그런 유기체적인 관계 속에서 엠마의 판타지는 점점 현실에서 멀어졌으며 판단력도 흐려지게 되었다.

혹시 성적 판타지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다시 말해 자극은 늘리되, 건전함은 그대로 유지할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부부, 혹은 연인에게 나의 성적 판타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가장 큰 자극을 받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성적 판타지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유명 배우 혹은 드라마 주인공에 대한 판타지, 거친 자극에 대한 호기심, 특정 직업이나 의상과 관련한 판타지 등을 부부가 같이 공유하자. 낯 뜨거운 일이라서 싫다는 사람이 있다면 정중하게 섹스를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어차피 아무것도 걸칠 수 없는, 그러므로 원초적일 수밖에 없는 섹스라는 페스티벌에서 권위, 체면, 창피와 두려움과 같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입장하는 것은 애당초 위반이므로.

마지막으로, 상대가 자신의 판타지를 채워주지 못한다고 비관하고 낙심할 시간이 있다면 얼른 그와의 짜릿한 시간을 위해 복습을 하자. 공부를 잘 하기 위한 비법은 예습이 아닌 복습에 있으므로 어제, 혹은 전에 했던 섹스에서 어떤 것이 좋았으며, 어떤 것이 좋지 않았는지 되짚어보자.

그러한 복습의 노력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때는 판타지를 위한 예습을 해도 좋으리라. 

[편집자] <마담 보바리>의 불륜과 사랑은 3회에 계속 됩니다.

▲ 2015년 개봉해 화제가 된 소피 바르트 감독의 작품 <마담 보바리>의 포스터.

■ 이지운 작가·시인 = 광고·홍보·전시 등 영상 시나리오 1000편 이상을 쓴 전업작가로 <서정문학> 제59기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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