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성(見性)은 불교 용어로 본래 가지고 있는 자기의 본성을 깨달아 보는 것, 참 자기를 알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2013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박사과정을 밟던 대니얼 네이들러(Daniel Nadler)는 견성(見性)의 일본어 발음인 켄쇼테크놀러지를 창업한다. 그는 금융거래의 본질을 꿰뚫어 보기를 원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매진해 2016년 그 당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시장에 내놨다.
그의 회사 이름과 같은 켄쇼 소프트웨어는 불과 2분 만에 미국 통계청이 발표한 데이터를 분석해 리포트를 완성했다. 과거 통계청 데이터와 경제적 영향을 학습한 켄쇼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이 서비스의 성공을 확신한 골드만삭스는 켄쇼에 1500만달러를 투자했고, 2018년에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S&P500지수 사업을 하는 S&P글로벌에 5억5000만달러에 매각됐다.
알파고에 이어 켄쇼의 폭풍 같은 등장에 금융인공지능 업체들은 한껏 고무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정보로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몇몇 업체는 대형증권사와 손잡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대부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시간 흘러감에 따라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신생 인공지능 업체의 전문성에 한계를 느낀 금융회사는 인공지능 전문가를 직접 채용해 자신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2022년 말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 언어 서비스 ChatGPT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확산시켰다. 범용서비스인 ChatGPT를 자신들의 도메인놀리지(Domain Knowledge)에 접합해 혁신을 이뤄냈다.
급기야 미래에셋증권은 5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로 켄쇼와 유사한 AI리포트를 선보였다. 생성형 언어서비스의 한계로 재무데이터의 처리에 문제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분석대상기업의 주요실적 평가, AI통합분석, 경영진코멘트, 매출 및 마진 분석 등을 수준 높게 구현한다.
당장은 해외기업을 분석하고 담당연구원의 감수를 받아 리포트를 발간하지만 기술적 취약성을 보완하고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본격적으로 커버리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경쟁이 가장 강한 금융업의 속성상 다른 업체들도 유사한 금융혁신을 이뤄낼 것이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며 우리 전자산업이 세계를 주도했듯 인공지능 시대에 진입한 세계 경제에서 우리 금융회사들의 금융혁신과 레벨업을 기대한다.
■ 안경희 논설위원(경영학박사) 겸 경제금융연구소장
관련기사
- [안경희 칼럼] 국민연금 개선안 이대로 가도 되는가?
- [안경희 칼럼] 안전한 돈이 필요한 이유
- [안경희 칼럼] 미 증시 결제주기 단축, 결제 위험 대비해야
- [안경희 칼럼] 삼성전자, 기업분할 선택할 시점이다
- [안경희 칼럼] 잇단 횡령사고, 최소한의 안전장치 '책무구조도'
- [안경희 칼럼]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상속세가 원인
- [안경희 칼럼] 사주 배불려온 '수상한 매도' 이젠 사라지나?
- [안경희 칼럼] 우리금융에서 '횡령사고'가 재발하는 이유
- [안경희 칼럼] 시장 논리마저 외면하는 두산 밥캣-로보틱스 합병
- [안경희 칼럼] 커버드콜 ETF가 매월 15% 프리미엄을 준다고?
- [안경희 칼럼] '계파싸움 + 관치금융' 문제아 전락한 우리금융
- [안경희 칼럼] 강압적인 지분 매입 CJ프레시웨이 떳떳한가?
- [안경희 칼럼] 780억 이자부담 중소판매자에게 떠넘긴 티메프
- [안경희 칼럼] 부실운영 우리금융 평가등급 하락하나?
- [안경희 칼럼] 또 터진 500억원 옵션 양매도 손실
- [안경희 칼럼] '100% 손실' 못 믿을 해외 부동산펀드
- [안경희 칼럼] '아름다운 동행' 영풍·고려아연 종말은
- [안경희 칼럼] 신뢰 잃은 금양이 해결해야 할 두 가지 난제
- [안경희 칼럼] 삼성전자는 왜 HBM을 못할까?
- [안경희 칼럼] 밸류업 프로그램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 [안경희 칼럼] 3곳에 빚진 SK하이닉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