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연금 개혁안 결과를 발표했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해 조금 더 내고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40%에서 50%로 많이 받는 1안을 최종안으로 선정하고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도 지금의 59세에서 64세로 5년 연장했다.
1안 선정으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현재 2055년에서 2061년으로 6년 더 늦춰졌다.
최종 경합했던 2안은 보험료율을 10년 이내에 점진적으로 12%까지 인상해 더 내고 현재와 같이 소득대체율 40%를 받는 안이었다. 시민대표단은 1안이 최종 1%를 더 내고 소득대체율이 10% 높아지는 대신 기금 고갈시점이 1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불이익이 적은 안으로 판단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추산으로 1안은 2093년 기준 누적 적자액이 현행보다 702조4000억원 늘어나지만 2안은 1안에 비해 누적 적자액을 1970조원 줄일 수 있는 재정안정효과가 큰 안이었다. 시민대표단에게 2093년으로 제시된 기금누적 적자액은 너무 먼 미래 시점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설령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재정이 개입하여 이를 메워 줄 것으로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재정안정 효과가 더 큰 3안도 있었지만 시민대표단에 제시된 최종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3안은 향후 70년 동안 약 3700조원의 누적적자를 축소할 수 있어 재정 부담을 완화해 지속가능성이 높은 안이었다.
시민대표단에게 소득보장이 높은 1안과 재정안정화 효과가 높은 3안을 놓고 설문을 했으면 어땠을까?
연금 개혁으로 가장 오래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야 할 20대 시민대표단이 1안을 선택한 점이 의아하다.
30대의 경우 2안을 1위로 선택하였다. 가정을 꾸리고 있는 30대는 자녀세대의 부담까지 고려한 반면 미혼이 많은 20대는 자녀가 없으니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는 데 국민연금의 높은 소득대체율을 선호한 것이 아닌가?
최종 492명의 시민대표단은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것에 만족감을 표현했지만 소득보장과 재정안정 측이 각각 미래에 대한 데이터를 산정한 방식이 서로 너무 달라 팩트 체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공론화를 위한 시민대표단 구성에도 좀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시민대표단은 남녀 세대 비율이 비교적 고르게 구성되었지만, 경제적 상황이나 혼인 유무 등이 추가로 고려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남은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22대로 넘어가야 한다. 시일에 구애받지 않고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과 재정안정 사이에 균형 잡힌 제도로 자리잡도록 국회에서 다시 한 번 고민해 주길 바란다.
■ 안경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경영학박사) 겸 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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