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측 "3자판매만 차단 … 직접판매는 미적용"
규제사각 매출 올리기 비판에 ESG 경영도 의문
유해물질 판매금지 가능 이재명 정부 의지 중요

▲ 세이프타임즈가 쿠팡에 '전자담배'와 '전자담배 액상'을 검색해 구매한 제품. 로켓배송을 통해 주문한지 24시간도 안 돼 수령했다. ⓒ 이지원 기자
▲ 세이프타임즈가 쿠팡에 '전자담배'와 '전자담배 액상'을 검색해 구매한 제품. 로켓배송을 통해 주문한지 24시간도 안 돼 수령했다. ⓒ 이지원 기자

ESG 경영을 표방하는 온라인 유통 대기업 쿠팡이 전자담배 직접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건강을 외면하고 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세이프타임즈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은 지난해 시민단체 등의 전자담배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반영한 듯 액상 카테고리 운영 중단을 발표했다. 

이것만 두고는 쿠팡이 전자담배를 판매한다는 것인지 안한다는 것인지, 중단했다가 재개한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연구용역으로 전자담배 성분인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을 확인했다. 

합성니코틴은 담배 잎에서 추출하는 천연이 아닌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니코틴으로 신종 전자담배의 주원료다. 천연니코틴과 동일한 분자식(C10H14N2)을 가지고 있으며 발암성·생식독성 등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에 최근 미국과 EU 및 영국 등 해외에서도 전자담배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유해성 논란이 나오면서 흡연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오픈마켓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핵심에는 당연히 쿠팡이 있었다.

쿠팡은 지난해 9월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담배 액상형의 로켓그로스 신규 상품 등록·검수·입고가 중단 될 예정"이라며 "2025년 1월 1일부터는 마켓플레이스와 로켓그로스에서 판매 중단·반출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 쿠팡은 지난해 9월 2일 '전자담배 액상 카테고리 운영 종료 안내'를 공지했다.  ⓒ 쿠팡
▲ 쿠팡은 지난해 9월 2일 '전자담배 액상 카테고리 운영 종료 안내'를 공지했다. ⓒ 쿠팡

◇  쿠팡 눈가리고 아웅했나 … 여전히 '합성니코틴' 판매

세이프타임즈가 쿠팡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했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액상전자담배, 전자담배 액상, 무니코틴 액상, 무니코틴 전자담배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했더니 수많은 종류의 전자담배 제품이 쏟아졌다.

무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로 상품검색한 결과 홈페이지 메뉴바 상단에는 쿠팡이 추천하는 무니코틴 액상 전자담배 관련 혜택과 특가라는 문구가 자동으로 표시됐다.

세이프타임즈 취재팀이 실제 판매가 되는지 주문을 했다. 성인인증을 제외하고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로켓배송으로 세이프타임즈 편집국에 수령하기까지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주문한 전자담배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 세이프타임즈가 쿠팡에서 구매한 전자담배 액상 겉표지. RS Nicotine은 합성니코틴이다. ⓒ 이지원 기자
▲ 세이프타임즈가 쿠팡에서 구매한 전자담배 액상 겉표지. RS-Nicotine은 합성니코틴이다. ⓒ 이지원 기자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에 확인했더니 "올해부터 액상 전자담배에 대해 판매 중단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난해 공지한 3자 상품에 대한 판매 중단"이며 "쿠팡이 직접 판매하는 로켓배송(1P)과 판매자로켓(2P) 방식의 액상 전자담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담배 판매를 쿠팡만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 네이버, 11번가 같은 다른 온라인쇼핑몰들은 우리같은 자율규제도 없다"며 "3자 판매의 경우 품질이 저질이거나 중국에서 마약같은 것을 넣어도 통제되지 않는다. 자율규제를 선도하니 오히려 칭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이 3자 판매를 중단한 이유는 1%(10mg/mL)이상 니코틴이 함유된 전자담배를 택배로 보내면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고, 직접 품질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한 대학의 환경학과 교수는 "화관법에서는 모든 유독물질은 택배 및 우편으로 거래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니코틴 함량이 1% 넘는 제품은 반드시 허가된 유해화학물질 전용 차량으로 운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쿠팡의  '액상 전자담배 카테고리 종료 공지'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온라인 셔틀 막혔다", "쿠팡 오픈마켓 전자담배 끊는다" 등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전자담배 판매 중단으로 인식한 국민이 상당수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합성니코틴이 주원료인 액상 전자담배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쿠팡이 직접판매를 관리한다 하더라도 판매자로켓(2P) 방식 중국산 제품의 유해성분을 하나하나 검수하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온라인쇼핑몰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해 ESG경영을 표방하는 쿠팡. 전자담배 판매는 유해성 논란이나 청소년 일탈과 흡연문제 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합성니코틴 규제법안 통과를 위한 청원·기자회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청원은 12일 기준 6만7869명이 동참했다. ⓒ 청소년지킴실천연대
▲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합성니코틴 규제법안 통과를 위한 청원·기자회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청원은 12일 기준 6만7869명이 동참했다. ⓒ 청소년지킴실천연대

청소년·학부모단체 18곳으로 구성된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쿠팡은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인정받는 유통 대기업으로 ESG 경영 선두기업을 표방하고 있다"면서 "청소년 건강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을 위해 전자담배 액상 판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합성니코틴 전자담배의 3자 판매를 포기하는 대신 직접판매해 네이버나 11번가 등 경쟁사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려는 전략이 아닌지 합리적 의구심도 생긴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에서 취급되는 전자담배는 900여종에 달한다. 실제 쿠팡에 접속해 전자담배 액상이라고 입력하면 한 화면에만 수십개 제품이 뜬다.

▲ 12일 기준 쿠팡에 '전자담배 액상'을 검색하면 니코틴 함유 제품들이 맛별로 나열된다. ⓒ 쿠팡
▲ 12일 기준 쿠팡에 '전자담배 액상'을 검색하면 니코틴 함유 제품들이 맛별로 나열된다. ⓒ 쿠팡

현재 온라인뿐만이 아닌 자판기까지 전자담배 시장은 접근하기 쉽고 규모도 커지면서 확장일로다. 쿠팡이 전자담배 시장을 버리기 어려운 이유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현재 법률상으로는 불법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온라인에서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같은 '니코틴' 다른 법적 취급 … 허점 파고든 쿠팡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둘러싸고 쟁점이 되는 법은 크게 3가지다. 담배사업·유해성관리·청소년보호법 등이다.

담배사업법은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담배로 정의하고 있지 않아 각종 규제에서 대부분 벗어나 있다. 온라인 판매가 버젓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 등 10명은 지난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도 담배로 분류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박성훈 의원은 "법 미비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해 국민건강권·청소년 흡연율 증가 등의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입법공백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국회가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금연학회가 보건복지부 의뢰를 받아 수행한 '담배 제품 국내 유통시장 조사 및 흡연행태 심층 분석 연구'를 보면 합성니코틴, 즉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 10년새 국내 성인남녀의 궐련흡연률이 감소한 반면 전체 흡연률은 상승했다. 특히 50대 남성, 20대 여성 등 특정층의 흡연률 증가가 눈에 띤다. 

대한금연학회 연구진은 이와 관련 "전반적으로 담배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감소하고, 사용이 편리한 대체재가 확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는 액상담배 등 전자담배를 애둘러 지칭한 것이다. 

합성니코틴과 니코틴 유사물질 등은 더 큰 문제다. 이것들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현행 담배사업법상 규제와 과세를 피하고 있다. 연구진은 특히 온라인에서 '무(無)니코틴' 등의 이름으로 합성 니코틴 제품들이 판매 중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연구진은 "니코틴 유사물질은 기존 니코틴보다 중독성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 시장 진입을 사전 차단하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11월 유해성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11일 담배 유해성분 등에 관한 규정을 고시했다. 전자담배 유해성분 20종을 지정하고 시험법까지 마련한 상황이다. 하지만 합성니코틴, 니코틴 유사물질은 이번에도 규제 대상에 적용되지 않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규정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한다"며 "합성니코틴은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정의되지 않아 규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보호법만이 그나마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청소년 유해물질·물건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청소년이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 중에 가장 큰 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모든 국정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으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의 온라인 및 자판기 판매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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