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국민적 저항 부딪칠 가능성
광우병 사태로 대규모 촛불시위 역사적 사실 기억해야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청계천에서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청사모) 구성원들과 옛 참모들과 산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청계천에서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청사모) 구성원들과 옛 참모들과 산책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8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기준을 완화해 사실상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대한 반대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전국적으로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고, 집회에는 중·고등학생과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운 젊은 엄마들까지 참여했다. 아이들에게 위험한 먹거리를 먹일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을 것이다.

거센 저항에 직면한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사과 성명을 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없지만, 두려움은 과학을 뛰어넘는 법이다. 비합리적이거나 비상식적인 판단이라고 해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국민을 설득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 시행이 얼마나 큰 피해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실증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를 둘러싸고 비슷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 힘에서는 후쿠시마 시찰단이 결국 오염수 방류에 면죄부만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정치공세라며 비난하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오염수'를 '처리수'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오염수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용어라면 처리수는 과학적으로 확인된 용어인지 묻고 싶다.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 23일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을 마치고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쿄전력 폐로자료관에 돌아와 취재진에 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 23일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을 마치고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쿄전력 폐로자료관에 돌아와 취재진에 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쿠시마 시찰단이 얼마나 면밀한 검증을 할 수 있을지,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 시찰단이 방류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면 일본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지 앞에 놓인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여당의 주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통 큰 양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당의 주장대로 '비과학적'인 주장을 야당만 하는 것은 아니다.

▲ 지난 22일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2일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당장 어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오염수가 방류된다는 사실만으로 수산물에 대한 소비가 급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어민들과 수산업 관련 단체는 연일 목소리를 높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엄마들의 '육아카페'에도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당장 아이들에게 수산물을 먹여도 되겠냐는 걱정 섞인 의견들이 대부분이다.

▲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지난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지난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8년 광우병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2023년에 연출되고 있다. 더구나 오염수 문제는 광우병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수는 앞으로 30년동안 방류될 예정이다. 오염 가능성이 있는 수산물이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훨씬 강력하고 광범위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어민과 젊은 엄마들의 걱정이 '비과학적'이라고 무시할 상황인지 정부와 여당은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잠재돼 있던 불안이 광우병 사태 때의 촛불시위처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점화될지 알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치 선물처럼 결정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이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 일본에게 '통 큰 양보'를 한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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