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분노는 이태원에 있었다. 진상도 밝히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정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는 없는 언론, 정쟁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 아이들의 죽음이 놀러 갔다가 죽은 거로 매도당하는 게 참을 수 없다는 그녀의 말. 희생자 하나하나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꿈을 꾸었는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이들의 사라진 목숨이, 날아가 버린 꿈이 얼마나 소중하고 우리 사회가 잃은 게 뭔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26일 뒤인 2022년 11월 22일. 그곳에서 희생된 신애진씨의 아버지 신정선씨
지난 15일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부천지청의 문지석 부장검사는 쿠팡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언급하며 급기야 눈물을 쏟아냈다.비용을 줄이기 위해 퇴직금 규정까지 교묘히 바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가혹한 처사 때문이기도 하고,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린 택배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조차 못받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을 것이다.여기에 핵심 증거까지 누락하면서 쿠팡을 무혐의 처리해 준 부천지청 지휘부의 부조리한 현실까지 겹치면서 검찰 공무원으로서 느낀 자괴감도 작용했을 것이다.이 사안을 통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하나는
배달 문화가 가장 발달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그늘지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바로 배달 노동자들이다.편리함의 이면에는 배달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경쟁이 있다.올해 상반기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은 배달의민족이다. 상반기에만 8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2명이 있다. 산재 2위를 기록한 업체 역시 배달업체인 쿠팡이츠로 419명에 이른다.두 회사의 이용자수가 지난 6월 현재 배민이 2228만명이고, 쿠팡이츠가 1125만명임을 감안하면 이용자 수 대비 산재 건수는 두 회사가 비슷한 수준이다.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정부 전산시스템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국가 전산시스템이 붕괴한 지 나흘이 지났다.우체국 물류시스템과 금융, 민원 서류발급 같은 긴급한 서비스는 일단 복구가 됐지만 다른 중요한 업무시스템은 빠르면 1~2주 적어도 4주가 지나야 복구가 가능하다.지난 2022년 카카오 서버 화재로 서비스가 중지됐을 때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정부가 정작 자신들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더구나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바로 다음 해인 2023년 국가통신망이 마비되는 사태를
지난 18일 서울의 수상 교통수단인 한강버스가 첫 운항을 시작했다. 잠실선착장을 오전 11시에 출발한 한강버스는 종착지인 마곡 선착장에 1시 25분쯤 도착했다. 두 시간 25분이 걸렸다.한강을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교통수단이 생겼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큰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려는 승객은 많지 않아 보인다. 특히 1분 1초가 바쁜 출근 시간에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여유롭게 출근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서울시는 이 새로운 교통수단을 홍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한강버스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입
지난 11일 갯벌에서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기 위해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준 이재석 경사가 현장에서 순직했다.이 경사는 인천 꽃섬 인근 갯벌에 노인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혼자 출동했다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사고를 당했다.이 과정에서 해경의 안이한 대처가 사고를 불러 왔다는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무엇보다 이 경사가 출동할 당시 같은 파출소에는 6명의 다른 동료들이 있었지만, 아무런 도움이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팀장 A씨는 드론 업체의 추가 신고를 받고서야 이 경사의 출동 사실을 동료들에게 알린 것으로 확인
SKT의 대규모 유심정보 유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KT 휴대폰 가입자들이 소액결제 피해를 입은 사건이 생겼다.지난 27일부터 이달 6일 사이에 경기 광명시와 금천구에 거주하는 KT가입자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 상품권 구매나 교통카드 결제 등 수십만 원이 빠져나갔다.피해자만 74명에 이르고 금액은 4580만원이다. 소액 결제는 대부분 새벽 시간대에 이뤄져 피해자들이 결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피해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9일 부천 소사경찰서에는 지난 5일에서 7일 사이에 KT 고객의 소액결제 피해와 같은 사례가
고용노동부의 약칭이 '노동부'로 바뀌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일 '정부조직 약칭과 영어 명칭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이로써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바뀌었던 고용노동부라는 명칭이 15년 만에 약칭이지만 노동부라는 이름을 되찾았다.노동부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명박 정부가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이름을 바꾼 것은 당시 정부의 노동 정책이 노동자의 권익보다는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강제 진압 사건은 많은 피해자와 후유증을 남겼고, 쌍용차 노조원들은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박모 소방교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시흥시 교량 아래서 실종 열흘 만에 발견됐다.다음날인 21일 경남 고성소방서 A 소방관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소방관 역시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이다.박 소방교는 이태원 참사 출동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앓아 왔고, 소방청에서 운영하는 상담실에서 8차례 심리상담도 받고 개인적으로 병원 치료도 받았지만 결국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다.A 소방관 역시 지난 2월까지 서울에서
지난 14일은 택배 없는 날이었다.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2020년부터 정부와 업계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방지와 휴식권 보장을 위해 매년 광복절 전후 하루를 지정해 운영해 온 제도다.이날을 전후해 CJ대한통운과 한진은 14일과 15일,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로젠택배는 15일부터 17일까지 배송을 중단했다. 우체국 소포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배송을 하지 않았다.그럼에도 가장 큰 물류 플랫폼인 쿠팡은 올해는 물론 5년째 이 제도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쿠팡의 택배 노동자들과 물류업체 노동자들은 15일 휴게 시간 보장과 물류센터 휴
이재명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마치 산업재해 근절처럼 보인다. 산업재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한 이 대통령은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반드시 후진적 산재공화국을 뜯어 고치겠다"고 재차 천명했다.계속되는 산재로 대표까지 사임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서는 12일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대한 후속 조치가 물리력으로 실현되는 모습이다.대통령의 강력한 경고에도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한 DL건설에서는 대표부터 현장 소장까지 임원 80여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산업재해로 전 임원이 사
포스코이앤씨에서 또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가 대국민 사과를 한 지 불과 엿새 만이다. 정대표는 결국 사임했다.지난 4일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출신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하 18m 깊이에 있던 양수기 펌프를 고치기 위해 내려갔다가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포스코이앤씨의 중대재해는 대통령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자주 발생했다. 올해에만 모두 4명이 사망했다.지난 4월 광명시 일죽동 신안산선 복선 전철 공사 구간에서는 터널 붕괴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이제는 집조차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됐다. 27일 양평에서는 8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주택으로 돌진해 마당에서 놀던 12살 어린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사고는 급커브에서 제대로 핸들 조작을 하지 못한 운전미숙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의 결함이나 급발진 같은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반응 속도 저하 때문에 발생한 참사다.우리 사회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노령 인구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고령자 운전자들의 교통사고 비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68세의
지난 20일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충격적이다.우선 아버지가 자신의 생일 잔칫상을 차려준 아들을 다른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했다는 점이다. 범행 수법이 매우 비상식적이고 잔혹하다.범행 동기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 간의 갈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납득할 만한 진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통해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가장 충격적인 것은 범행도구가 사제 총기라는 점이다. 피의자는 유튜브를 보고 사제 총기를 제작해 범행에 사용했다. 피의자의 자택에서는 범행
2년 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지하차도를 통과하던 차량 17대가 갑작스럽게 쏟아져 들어온 강물 때문에 옴짝달싹 못한 채 갇혀버렸다. 이 사고로 모두 14명이 목숨을 잃었다.사고는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주변을 흐르던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발생했다.미호강이 범람한 것은 부실하게 축조된 임시제방 때문이었다. 당시 행복도시건설청이 발주한 교량 공사로 인해 임시로 만들어진 제방은 갑작스럽게 불어난 강물을 감당하지 못했다.조사 결과 임시제방은 정식 설계나 시공 계획서도 없이 날림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고, 시험 통과 절차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인천 맨홀 작업 질식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일터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국가는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다"며, "현장 안전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히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령의 위반 여부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하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지난 6일 인천 계양구에서는 노동자가 맨홀 배관 작업 중 질식 사고로 사망했다. 같이 작업하던 노동자도 의식을 찾지 못
심우정 검찰총장이 1일 사퇴했다. 재임한 지 9개월 만이다.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두고 사퇴한 것은 여러 가지 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심 총장은 "형사사법제도는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의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다른 표현으로 포장을 했지만,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같은 날 사퇴한 검찰 고위인사들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검찰을 망친 장본인인 이들이 과연 이런 반대 의견을 낼만한 입장인지 뻔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검찰은 고강도의 개혁을 앞두고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
김영훈 기관사가 자신이 입각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새마을호 운행을 마치고도 한참 뒤였다. 운행 중에 휴대폰을 켜놓을 수 없었던 김 기관사는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언론 보도를 접하고서야 입각을 알게 됐다고 한다.현장 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에서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임명된 경우는 처음이다. 전직 장관 가운데 김문수, 이정식, 김영주 장관 등이 노조에서 활동했지만, 모두 현장에서 떠난 뒤에 장관직에 올랐다.또한 과거 '어용' 시비가 있었던 한국노총 출신은 있었지만, 민주노총 출신이 입각한 경우도 처음이다.윤석열 정부
검찰 내부에서도 특수부는 '특수'하게 인식된다. 권력형 범죄나 대형 사건을 주로 다루는 특수부는 검찰의 엘리트 코스다.중수부에서 특수부로 다시 반부패수사부로 명칭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임에는 분명하다. 반면 특수부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불릴 정도로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행태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프로크루스테스는 여행자를 붙잡아 하룻밤을 묵게 하는 악명높은 강도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기준과 욕구에 따라 잔혹하게 변형시켜 침대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특수부가 이런 별명을 얻게 된
2018년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에 몸을 집어넣고 설비 상태를 확인하던 중에 일어난 사고였다.이 사고로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여건과 원청업체의 무책임한 관리가 도마에 오르면서 '죽음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고, 이른바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하지만 이후에도 같은 유형의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그것도 김용균씨가 사망한 바로 그곳 태안화력에서 하청노동자가 또 사망했다. 사고 유형도 판에 박힌 듯 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