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성급한 수능 언급 혼란에 빠진 수험생과 교육계
닷새만에 발표한 공교육 제고 방안 성과 있을지 지켜봐야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출제와 관련된 언급을 하면서, 수험생과 교육계가 온통 혼란에 빠졌다.

윤 대통령은 6월에 실시된 모의고사의 난이도가 당초 지향했던 목표와 다르게 출제됐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수능과 관련해 지시한 내용은 '킬러문항'을 제외하고, '공정한 변별력'을 갖춘 수능을 의미한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모의고사 문제점과 함께 공교육과 사교육 기관 간에 '이권카르텔'을 언급했다. 교육부는 수능을 담당하는 인재정책기획관을 대기 발령했다. 수능 출제를 전담하는 한국교육평가원장도 수능을 코앞에 두고 사임했다.

더 큰 파장은 당장 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미치고 있다. 12년간 준비해 온 수능 시험을 불과 다섯 달 앞두고 수능이 어떤 방향으로 정해질지 불확실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국민의 힘과 정부가 수능에서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수능의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 등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협의한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 연합뉴스
▲ 국민의 힘과 정부가 수능에서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수능의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 등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협의한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 연합뉴스

일선 학교에서도 진학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고, 학원가에서도 어떤 수준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대통령이 수능 문제에 직접 간여하자, 교육부는 물론 여당까지 나서 수습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지적한 6월 모의평가시험에서 난이도 조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능 난이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문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으니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정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수험생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상위권 학생들은 수능에서 변별력으로 작용할 '킬러문항'이 제외될 경우, 단순 실수 하나가 대학합격을 좌우하게 되고, 결국 실력보다 '운'이 작용하는 수능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비싼 비용을 들여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안되는 학생들도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기반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입시제도를 그것도 수능을 5개월 시점에 개선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혼란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말대로 공교육만으로 입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혁하려고 한다면, 단순히 수능의 난이도 조절만으로 가능할 것인가.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육부는 21일 고교학점제 시행, 공립 온라인 학교 확대, 프로젝트 학습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불과 닷새만이다. 얼마나 큰 성과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지나친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입시제도를 고쳐온 세월이 30년이 넘는다. 그런데도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팽창하고 있고, 공교육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더구나 더 많은 사교육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수능이 아니라 바로 공교육 기관의 '내신성적'이다. 이런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점검하고, 검토해도 실패를 거듭해 온 어려운 정책이 바로 입시정책이다. 이런 내용이 과연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 반영이 됐는지도 궁금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이 아니라 당장 코앞에 닥쳐있는 혼란을 잠재우는 일이다. 올해 수능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난이도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조치가 당장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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