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통 큰 양보 윤석열 정부 돌아온 것은 일본의 역사 왜곡
외교부 차원 넘어 대통령실에서 강력 항의 태도변화 촉구해야
일본이 역사왜곡이 더욱 심해진 역사 교과서를 내놨다.
28일 일본 교과서 검정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초등학생 교과서를 보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었다는 방향으로 기술됐다. 독도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아예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고유영토'로 기술하고 있다.
강제징용과 관련해서는 강제성이 있는 '징병됐다'는 표현이 자발적 의사가 있는 '참가했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식민지의 젊은이들이 일본의 침략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단어만 바뀐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과 불법적인 식민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심각한 역사왜곡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헌법 개정을 통해 군국주의 일본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우익 정부의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위안부에 대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고, 임진왜란과 간토 대지진에 관련된 기술도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술됐다.
독도와 관련해서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넘어 '고유한 영토'라는 내용을 넣어 억지 주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고유 영토'라는 의미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영토인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고유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의 어린이들이 이런 역사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운다면, 불법적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게 될 것인지 걱정스럽다.
더구나 피해자 한국의 대통령이 자국의 대법원 판결과 피해자의 의견을 무시한 채 피해자 스스로 보상책을 내놓는 납득할 수 없는 양보를 하고, 구상권조차 청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도 두렵다.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제3자 변제방식의 양보와 함께 WTO제소 취하,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 정상화 등 일본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양보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일본의 역사 왜곡이다.
통 큰 양보를 하고 돌아온 지 사흘 만에 일본 외무상은 일본 중의원에서 '강제 동원은 없었다'고 발언했다.
사실 일본의 우경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 역사교과서에 실리는 내용이 점점 왜곡되는 것도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동향을 볼 때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으리라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받아낼 것이 그다지 없을 것이 분명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에서는 외교부와 교육부가 나서 성명을 발표하고, 일본 대사대리를 초치해 항의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먼저 면죄부를 내민 마당에 이런 항의가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난맥상은 일본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 국빈 방문을 코앞에 두고 실무적 협의를 총괄하는 대통령실의 외교 비서관이 사퇴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방미 일정 조율과정에서 미국의 몇 가지 제안이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때문이라는 말도 들린다. 만일 이런 이유 때문에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면, 외교라인의 업무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행정행위가 그렇지만 특히 외교 행위는 나라의 위상과 국익에 관련된 문제인 만큼 후대에도 그 영향력이 이어지는 강력한 역사성을 갖고 있다. 과연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업적을 남겼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이라도 외교부 차원을 넘어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일본의 태도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
다른 국가를 방문해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익과 역사에 남길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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