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방청장·차장 금품 주고 받은 혐의 구속 충격
하위직 '승진 비리'도 이번 사건 계기로 근절해야
소방청 고위간부들이 승진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그것도 최고위직인 전직 청장과 차장이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신열우 전 소방청장은 청장 재직 당시 최병열 전 경기소방본부장이 소방정감으로 진급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금품을 건넨 최 전 본부장은 소방병원 입찰과정에서 비리혐의가 드러나 이미 구속된 상태다.
최고위직에서 진급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았다면, 하위직에도 같은 비리가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금품을 건네 승진을 했다면, 자신이 하위직을 승진시킬 위치에 있을 때 어떤 행동을 할지 유추하기 어렵지 않다. 뇌물의 고리는 연쇄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이프타임즈의 취재결과 이런 연쇄적 비리구조는 실재하고 있다. 취재에 응한 하위직 소방관 A씨는 '하위직 공무원은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승진 시기에는 향응과 접대가 성행하고, 금품이 오고가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승진 비리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전남 소방에서는 승진을 위해 뇌물을 주고 받은 소방공무원 6명이 적발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경남과 부산에서도 같은 유형의 사건이 발생했다. 하위직 공무원들은 '이번 기회에 이런 비리구조를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방공무원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이자 최후방의 보루다.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 온 수많은 소방공무원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임용된 지 불과 1년 된 김제 소방서의 30대 소방관이 노인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에 뛰어들었다가 안타깝게 희생된 소식이 전해진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소방관의 투철한 사명감이 없었다면 불길 속에 뛰어드는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만일 이 젊은 소방관이 승진을 위한 조건이 사명감과 업무능력이 아닌 금품과 향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얼마나 큰 좌절감을 가지게 됐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사고 현장에서 순직한 숭고한 소방관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고질적이고 만연한 비리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방청 공무원들의 뼈를 깍는 각성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정 노력과 더불어 적극적인 내부고발과 정기적 감사와 같은 행정적, 법적 절차도 함께 반드시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
소방이 흔들리면 안전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 소방관들 "승진 뇌물 하위직 더 심각, 전면 수사 필요"
- [문영기 칼럼] '10·29 참사' 소방청은 희생양인가 ?
- 전국 최초 '국립소방병원' 충북 음성서 착공 … 2025년 개원 목표
- [문영기 칼럼] '대승적 결단'으로 얻은 것이 '독도는 일본 땅'인가
- [문영기 칼럼] 마당 내주자 안방 내놓으라는 일본
- [문영기 칼럼] 근로시간개편 재검토 정말 노동자를 위한 것인가
- [문영기 칼럼] 납득할 수 없는 징용피해보상 무엇을 위한 '결단'인가
- [한상권 칼럼] 충격을 넘어 '공공 의리' 배신한 소방청 인사비리
- [문영기 칼럼] '지옥철' 대안이 고작 수상버스인가
- [문영기 칼럼] 단체장의 가장 큰 책무는 '안전확보'다
- [문영기 칼럼] 9시간만에 '자폭한' 민주당 혁신위
- [문영기 칼럼] 신상공개보다 '젠더폭력' 막을 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