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총동원 '건설폭력' 단속 나선 윤석열 정부
번개탄금지같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발상 우려

▲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한 장면. ⓒ 영화 홈페이지
▲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한 장면. ⓒ 영화 홈페이지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회에 기생하고 있는 범죄조직 특히 '조폭'을 일망타진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행정력을 총동원한 '범죄와의 전쟁'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사회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조폭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와 수사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지만, 이 조치는 단순히 범죄근절만이 목적이 아니었다. 보안사 민간인 사찰이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뭔가 데자뷰 같은 모습이 대통령실에서 연출되고 있다. '건폭'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건설폭력을 지칭하는 이 말은 각종 건설현장에서 빚어지는 불법행위를 의미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런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원희룡 국토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권기섭 노동부 차관 등으로부터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받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원희룡 국토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권기섭 노동부 차관 등으로부터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받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법무부(검찰)와 경찰, 건설교통부,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적인 대응회의까지 열렸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현장에 각종 불법행위까지 빈발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와 방향은 바람직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건설비리에 대해 이렇게 범정부적인 대규모 비리수사단을 구성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그 방법과 절차가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권을 연상시키는 폭압적 방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조치가 단순히 비리척결만을 염두에 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윤석열정부가 개혁대상으로 삼고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지난해 발생한 화물연대의 파업이 사실상 정부의 '승리'로 마무리된 것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결정이나 집행 과정이 과거 권위주의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정책이나 방향을 '지시'하고 이를 행정부가 '수행'하는 시절을 우리는 오랜 기간 익숙하게 보아 왔다. 여기에 '검찰'의 영향력이 더해진 것이 다르다면 다른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다른 부처에서도 목격된다. 자살예방을 위해 '번개탄'의 제조와 생산을 금지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그렇다.

번개탄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살도구'인 것은 분명하지만, 서민들이 이용하는 연탄을 피우기 위한 필수적 도구다. 이런 발상이라면 자살도구로 악용되는 '노끈'도 그렇고 인명사고가 빈발하는 '자동차'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우스소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행위의 결과만을 평가하고 목적을 위해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은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다. 모든 국민이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이라는 과거 유신 시절의 국민교육헌장이 떠오르는 것은 과다한 상상인지 모르겠다.

행정부의 행정력은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편의와 안위, 복지증진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위임받은 권한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으로 이런 국민들의 요구를 수행하는 가장 권한이 큰 공무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드러나 손바닥에 쓰여있던 임금 '왕(王)'자가 그저 장난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지나친 걱정일까. 설마 그렇지는 않으리라 굳게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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