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찬희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컨설팅학박사)
▲ 조찬희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컨설팅학박사)

A부대 행정실 김중사라며 씩씩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곧 있을 부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삼겹살을 주문하려 했다. 행사 규모가 담긴 공문과 김중사의 군인 신분증까지 팩스로 보내왔다.

박사장은 군 특유의 말투, 상세한 행사 규모, 그리고 공식적인 서류에 믿음을 가졌다.

몇 시간 후 김중사가 다시 연락했다. "갑자기 햄버거 빵과 패티 납품이 지연됐습니다. 부대 예산이 다음 주 집행 예정이라, 박사장님께서 먼저 954만원만 대리 결제해주시면 행사 후 삼겹살과 함께 정산하겠습니다."

박사장은 잠시 망설였지만, 팩스로 받은 공문과 신분증, '사단장'이라는 단어에 안심했다. 결국 박사장은 계산서에 있는 금액을 송금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 연락이 끊겼고, 박사장의 계좌에서 사라진 954만원은 철저히 계획된 군부대 사칭 '노쇼 거액 대리 결제 사기'였음이 밝혀졌다.

생활 밀착형 보이스피싱은 택배, 금융, 가족, 관공서, 쇼핑, 대출, 건강보험 등 피해자의 일상 속 주요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상황을 정교하게 모방해 피해자가 자연스럽게 속아넘어가도록 설계된 최신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이는 일상에서 흔히 겪는 사건이나 업무를 빌미로 삼아 피해자가 경계심을 느끼지 못한 채 범죄에 빠져들게 하는 특징을 가진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3가지 보이스 피싱의 특징을 분석해 봤다.

# 택배 사기

피해자에게 실제 주문한 택배 물품의 배송 날짜나 품목, 송장번호까지 정확히 제시하며 신뢰를 얻는다. 갑작스러운 통관 수수료나 배송 지연 처리비 등의 추가 결제를 요구한다.

피해자가 이 비용을 확인하려고 링크를 클릭하거나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순간, 악성 앱 설치나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평소처럼 택배를 기다리다 무심코 클릭한 문자 하나가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이유다.

# 자동결제 승인 문자

"고객님, 9800원 자동결제가 승인되었습니다"와 같은 소액 결제 알림으로 피해자의 불안과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어 "본인 결제가 아니면 즉시 취소하세요"라는 문구와 가짜 결제 취소 링크 클릭을 유도한다.

피해자가 무심코 링크를 눌러 개인정보를 입력하거나 악성앱을 설치하는 순간, 휴대폰이 해킹되거나 카드정보가 탈취돼 대규모 결제 피해로 이어진다. 평소 익숙하게 보는 작은 금액의 결제 문자 하나가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 SNS 중고거래

사기범은 '안전결제', '실명 인증' 등의 문구로 신뢰를 얻으며, 실제 플랫폼과 유사한 가짜 사이트로 거래를 유도한다. 거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계좌가 동결됐다", "세금이나 추가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추가 송금을 요구한다.

피해자는 안심하고 거래를 이어가지만, 결국 사기범은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 일상 속 익숙한 SNS 거래의 편리함과 신뢰가 오히려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생활밀착형 보이스피싱은 △택배·금융·가족 사칭 등 일상 상황의 정교한 재현 △연령·직업·소비 패턴 등 피해자 맞춤형 접근 △공공기관·기업의 공식 정보를 위조 △실제 정보를 실시간 활용한 신뢰 극대화 △전화·문자·메신저·악성앱 등 다양한 채널 동시 공격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활밀착형 보이스피싱은 이제 낯선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삶의 문턱까지 다가와 있다.

익숙한 일상 속의 작은 의심과 한 번의 확인이 내 가족과 나의 삶을 지키는 첫걸음임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의 경각심은 내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된다.

■ 조찬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 △컨설팅학박사 △경영지도사 △저서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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