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의 한 공립중학교 6학년생 제이든은 매일 아침 태블릿을 켜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소수와 분수를 복습하고 백분율로 넘어가 보자는 AI의 안내가 뜬다. 이 학습 계획은 제이든만을 위한 것이다.
예전에는 모두 똑같은 문제를 풀며 항상 뒤처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Teach to One Roadmaps이 도입된 이후 수학은 완전히 달라졌다.
AI는 제이든의 오답과 학습 속도를 분석해 혼자 학습하거나 선생님과 1대1 수업을 하거나 친구들과 토론하는 방식을 매일 다르게 제안한다.
수업이 끝나면 간단한 퀴즈가 진행된다. 결과는 선생님의 대시보드에 즉시 반영된다. 교사는 제이든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다음 날 시각 자료가 포함된 문제를 제시한다.
이제 제이든에게 수학은 점수를 위한 과목이 아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성장의 과정이다. 그는 "이젠 나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AIDT(Artificial Intelligence Digital Textbook)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의미한다. 학생의 수준과 속도에 맞춰 개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차세대 교과서다.
이것은 단순한 전자책이 아니다.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동영상과 퀴즈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상호작용을 높인다. 교사에게는 학생별 학습 현황이 대시보드로 제공된다.
수업은 더 밀도 있게 구성되고 학생은 더 집중할 수 있으며 교사는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AIDT는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통해 학습 격차를 줄이고 교육의 효율과 형평성을 함께 실현하고 있다.
AIDT에 대한 글로벌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미국의 Teach to One은 2009년 뉴욕시 교육청에서 시작됐다. 현재 8개주 28개 이상의 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AI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을 매일 진단하고 그에 따라 맞춤형 수업을 구성한다. 교사 주도 수업이나 협력 학습 또는 온라인 튜터링 등 수업 방식은 다양하다.
미국 표준평가 MAP 결과 참여 학생은 평균 1.5학기 이상 더 성장했다. 3년 이상 참여한 학생은 전국 평균보다 수학 성과가 23퍼센트 더 높았다.
도입 초기에는 적응이 어렵고 학교 간 인프라 차이도 존재했다. 그러나 연방 정부와 교육청의 지원으로 Teach to One은 혁신적 교육 모델로 자리 잡았다.
다음으로 중국의 스퀘럴 AI는 2014년에 설립되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AI 적응형 학습 시스템이다.
현재 200개 도시에서 3000개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0만명 이상의 학생이 이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3만개 이상의 세분화된 학습 콘텐츠를 기반으로 AI와 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중학교 수학과 영어 성적은 기존 수업보다 최대 네 배 빠르게 향상되었다. 참여 학생의 80%가 재등록한다.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위스의 유니디스턴스 스위스는 GPT 기반의 AI 튜터를 도입했다.
이 AI는 학생의 이해도와 학습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그 결과에 따라 개별 맞춤 문제와 피드백을 제공한다.
AI를 활용한 학생 그룹은 평균 15% 포인트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학생들은 약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복습이 쉬워졌다고 평가했다.
이 사례는 원격 수업 환경에서도 AI 기반 학습의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도 본격적인 도입을 시작했다. 2025년 3월부터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과 영어 그리고 정보 과목에 AIDT를 적용한다.
2028년까지 모든 학년과 주요 과목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총 예산은 6조9000억원이다. 태블릿 보급과 무선 인터넷 환경 개선 등 인프라 구축도 병행된다. 전국 1046개 선도학교와 65개 연구학교에서 시범 운영이 진행 중이다. 교사 연수 인원도 15만명을 넘어선다.
AIDT는 학습을 개인화하고 교사의 역할을 확장하며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이미 세계 곳곳의 교실에서 이 기술은 실험이 아니라 실행이 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 AIDT 역시 기술이 곧 해답은 아니다. "학생을 위한 기술인가. 아니면 기술을 위한 학생인가" 이 질문은 아직 유효하다.
다음 편에서는 AIDT 도입의 그림자와 그 한계를 짚어본다. 좋은 도입이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볼 예정이다.
■ 조찬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 △컨설팅학박사 △경영지도사 △저서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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