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처 3건만 하면 1만원 벌 수 있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구직 중이던 김모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연히 본 부업 광고에 끌렸다.
유튜브 보험 광고를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화면을 캡처해 전송하면 건당 3000원을 준다는 말에 혹했다.
첫 번째 미션을 수행하자 적립금이 쌓였고, 두세 번 더 하자 어느덧 1만5000원이 됐다.
문제는 '출금' 단계였다. "고수익 미션을 마지막으로 완료해야 출금할 수 있다"며 앱 설치와 본인 명의 계좌 확인을 요청했다.
불안했지만 이미 시간을 들인 김씨는 요구대로 따랐고, 몇 시간 뒤 그의 이름으로 5000만원의 대출이 실행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이처럼 '간단한 부업'으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그 부업 광고, 정말 괜찮은 기회일까? 실제 피해 사례를 보면,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우리의 개인정보와 재산을 위협하는 정교한 범죄 행위임을 경계해야 한다.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은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의 한 종류다. 전화, 문자, 메신저로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피해자를 속여 금전적인 손해를 입히는 범죄다.
이 용어는 음성(Voice)과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전화나 음성통화로 개인정보를 낚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보이스피싱을 포함한 모든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1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1928년 경성의 삼광상회는 이왕직(일제 강점기의 조선 왕실의 일을 맡아보던 관청)을 사칭한 전화 사기에 속아 금비녀와 금반지를 창덕궁에 전달했다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한국 보이스피싱의 시초로 여겨진다.
현대적 보이스피싱은 1990년대 후반 대만에서 외환 위기 속 생계 수단으로 시작돼 점차 동아시아 전역으로 퍼졌으며, 단순 전화 사기에서 조직적 금융 사기로 발전했다.
2006년 인천에서 발생한 국세청 사칭 사건은 한국 경찰에 공식 접수된 첫 사례로, 보이스피싱이 제도적 문제로 인식된 전환점이었다. 이 사건에는 대포통장, 공공기관 사칭, 금전 요구 등 오늘날의 전형적인 수법이 모두 포함돼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보이스피싱은 사회공학적 기법으로 피해자의 심리를 조작해 정보를 얻거나 특정 행동을 유도한다.
발신번호를 공공기관처럼 조작해 전화를 받게 만들고, 긴급 상황을 내세워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음성 변조나 자동화된 메시지로 신뢰를 형성하고, 초반에 개인정보를 물어 피해자의 반응을 이끈다.
이후 계좌 보호나 범죄 연루 해소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며 이체를 유도한다.
대포통장, 해외 콜센터, 인터넷 전화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정교하게 범행을 시도해 피해자가 대응하기 어렵다.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전화 사기가 아니다. 사람의 심리를 노리는 정교한 범죄다.
특히 △사회심리학적 기법(우리 편처럼 다가오기) △인지심리학적 요소(생각할 틈 주지 않기) △감정심리학적 요소(감정을 흔들기)로 피해자를 무너뜨린다.
사기범은 공공기관을 사칭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라며 신뢰를 얻는다. 피해자는 같은 편이라 착각하고 경계를 푼다.
"지금 안 하면 큰일 납니다."
이런 압박은 판단력을 앗아간다. 피해자는 권위나 친밀감에 기대어 행동하게 된다.
"계좌가 해킹될 수 있습니다"는 불안, "당첨되셨습니다"는 기대를 부추겨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피해자의 의심이라는 경계를 여러 방법으로 교묘하게 허물어 그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심리를 조종한다.
이것이 이 범죄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피해자는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심리적 궤멸 상태에 빠진다
■ 조찬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 △컨설팅학박사 △경영지도사 △저서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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