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한국과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2년 6월 한국 중부지방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차량 326대와 주택 2345채가 물에 잠겼다.
같은 해 8월 서울은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로 하루에만 380㎜ 이상의 비가 내려 17명이 사망하고 315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시기 파키스탄도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되며 17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유럽 또한 폭염으로 6만1672명이 숨졌다.
지난해 한국의 여름은 폭염일수가 13.9일로 증가했고 온열질환자는 전년 대비 80% 증가한 2818명에 달했다.
산불 피해 면적은 4992ha로 최근 10년 평균 대비 25% 증가했다. 전남 도서 지역에서는 제한급수가 85건이나 시행되는 등 물 부족이 현실화됐다.
기후위기는 산업화 이후 급속히 증가한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 파괴로 온실가스 농도가 상승하면서 초래된 인재(人災)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278ppm에서 2023년 420ppm까지 급증했고, 이는 지구 평균기온을 이미 1.2℃ 높였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를 두고 "인간의 영향이 지구를 명백히 따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처음으로 1.5℃ 상승 임계선을 초과한 1.55~1.62℃ 상승을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422ppm, 이산화탄소 환산 농도(메탄, 아산화질소 등 다른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치환하여 합산한 수치)는 477ppm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고, 해수면 상승 속도는 연간 3.7㎜로 빨라졌다.
북극 해빙 최저 기록(북극 바다의 얼음 면적이 관측된 이래 가장 작아진 현상) 18건 모두가 2006년 이후 나타났고, 빙하는 최근 3년간 최대 질량 손실을 보이며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는 해수면 상승을 시사하고 있다.
2022년 한 해에만 기후 재해로 전 세계에서 6만명이 사망했고, 2024년에는 82만명이 강제 이주를 겪었다.
지난 30년간 극한기상재해 발생 건수는 9400건에 이르고, 이로 인한 사망자는 76만명, 경제적 피해는 4조2000억달러를 넘는다.
한국도 2020년 기준 연간 0.55G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세계 9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기후위기는 특히 저소득 국가와 취약계층에 큰 타격을 준다.
파키스탄은 대홍수로 330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2022년 서울 강남의 집중호우로 희생된 이들은 반지하 주택에 살던 저소득 장애인 가족이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 역시 야외 노동자나 고령층에 집중되고 있다. 재난 발생 시 취약계층은 회복력이 낮아 더 큰 경제적 피해를 겪는다.
탄소 시계(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올라가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는 지구 기온 상승이 1.5℃에 도달하기까지 불과 5~7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한국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과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를 법제화했지만, 실질적으로는 59% 이상의 감축이 요구된다. 기업의 ESG 경영과 RE100 참여율은 여전히 4% 수준에 불과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시민들의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과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정부도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포집 기술(발전소나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수집해 땅속이나 바닷속에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은 여전히 전 세계 배출량의 1%도 처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술 효과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행동 변화와 정책 수용성이 필수적이다.
2025년 한국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 아파트 단지의 LED 전등 교체, 일회용품 줄이기 실천, 태양광 커뮤니티 참여 등 시민들이 주도하는 행동이 실제 전기료 절감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친환경 콘텐츠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소비로 표현하며, 재생에너지 참여는 주민과 지역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제 기후 행동은 거창한 정책이나 캠페인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아야 한다.
■ 조찬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 △컨설팅학박사 △경영지도사 △저서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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