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비리 기업인 사면 절대 불가"

▲ 올해 광복절 특사 대상자 건의 명단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포함됐다. ⓒ 세이프타임즈
▲ 올해 광복절 특사 대상자 건의 명단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포함됐다. ⓒ 세이프타임즈

올해 재계가 건의한 '광복절 특사' 대상에 또 '비리 기업인'이 대거 포함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광복절 사면 대상 기업인에 대한 건의서를 취합해 법무부에 전달했다.

이들이 법무부에 건의한 광복절 사면·복권 기업인 명단에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도 사면 명단에 올랐다.

이중근·박찬구 회장, 이호진 전 회장, 최지성 전 부회장 등은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됐지만 불발돼 올해 광복절 사면 후보에 다시 올랐다.

법무부는 9일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를 선정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사면 후보로 거론되는 '비리 기업인'들은 모두 취업제한 처분을 받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억원 이상 규모로 횡령·배임죄가 확정되면 5년 동안 해당 행위와 관련된 기업에서 일할 수 없다.

취업제한 대상인 비리 기업인들에게 사면이나 복권은 경영복귀로 가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8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후 가석방 상태에서 경영에 복귀해 불법 취업 논란이 일었지만 지난해 광복절 특사 이후 공식적으로 회장직에 올랐다.

박찬구 명예회장은 2018년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취업제한 대상에 올랐다. 이후 박 명예회장은 행정소송을 진행해 2021년 5월까지 대표이사 회장직을 유지했다.

소송을 진행한 기간동안 박 명예회장은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고 재직했다. 지난 5월 소송을 취하하고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업계에선 법정 공방보다 광복절 사면을 택한 게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박 명예회장은 7년의 취업제한 기간 가운데 4년 반가량 지속적으로 경영활동을 하고 막대한 보수도 받았다"며 "박 명예회장은 기업체 취업규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황제 보석 논란이 일었다.

구속 두 달만에 간암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2011년 6월엔 병보석 결정을 받았다. 2018년 이 전 회장의 음주·흡연 모습이 보도돼 파장이 일어 병보석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2021년 10월 출소한 이후에도 이 전 회장의 또다른 비리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와 수차례 다시 고발됐다. 앞서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2000억원 횡령·배임 혐의와 골프회원권 강매 혐의로 이 전 회장을 고발했다.

이 전 회장은 골프회원권을 구매하는 협력업체에 배타적 거래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사실상 회원권 구매를 강매한 혐의를 받았다. 협력업체들이 구매한 회원권 가격은 13억원 상당으로 정상가 11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골프회원권 강매와 관련해 "계열사들이 협력업체들에게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게 했다"며 "이호진 총수 일가에게 사익 편취의 기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 올해 광복절 특사 대상자 건의 명단에 이중근 부영그룹회장(왼쪽)과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 장충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포함됐다. ⓒ 세이프타임즈
▲ 올해 광복절 특사 대상자 건의 명단에 이중근 부영그룹회장(왼쪽)과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 장충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포함됐다. ⓒ 세이프타임즈

이중근 창업주는 횡령 등의 혐의로 2020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벌금 1억원이 선고됐다. 2021년 가석방으로 출소했고 2022년 3월 형기가 끝났다.

이중근 창업주도 취업제한을 적용받고 있어 사면 대상으로 확정되면 경영복귀가 수월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중근 회장은 지난 6월 고향 사람들에 1억원을 지급한 것이 '광복절 사면'을 위한 여론 조성용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은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가석방됐다.

이들은 삼성물산 합병 주가조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 전 부회장은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사건으로 2021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 고발당해 관련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한 사면은 전례가 거의 없다"며 "공정과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은 비리기업인 사면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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