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이 눈을 통해 사람과 교감하고 있다. ⓒ 김춘만 논설위원
▲ 반려동물이 눈을 통해 사람과 교감하고 있다. ⓒ 김춘만 논설위원

불과 십 수년 전만 해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 이처럼 많아질 거라 생각도 못했다. 지난해 기준 640만가구 정도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2200만가구에 이르니 어림잡아 30%의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세 집에 한 집 꼴이다.

관련 산업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1년 통계로 3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가히 폭발적이다. 우리 아파트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집이 드물다. 우리집도 그 중 한 집이다.

최근에는 이사 떡이 귀해졌다. 어쩌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얼른 시선을 피하거나 휴대폰을 꺼낸다. 하지만 강아지를 안고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가 된다. 서로 이름과 나이를 묻고 자기집 강아지를 소개하기에 정신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떡이 아닌 강아지로 이웃이 된다.

인간을 아빠, 엄마, 형제자매로 둔 요즘 강아지는 전능하다. 집안에 신전만 없지 가히 신(神)급이다. 서로 강아지에게 잘 보이려 안간힘을 쓴다. 분양업체에서 간택 받은 강아지가 이제 사람을 간택한다.

사람이 아프면 엄살이라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아프면 온 식구가 전전긍긍한다. 득달같이 병원으로 달려간다. 보험도 안되는 비싼 진료비는 나중 일이다. 말 못하는 동물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걱정이 먼저다. 이쯤되면 동물이 아니다. 그냥 자식이다.

▲ 팻 샵 박스에 갇힌 강아지가 좁은 공간에서 새로운 보호자를 기다리고 있다. ⓒ 김춘만 논설위원
▲ 팻 샵 박스에 갇힌 강아지가 좁은 공간에서 새로운 보호자를 기다리고 있다. ⓒ 김춘만 논설위원

우리집 강아지 고향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다. 성수동에 있는 강아지 분양업체 일명 '팻 샵'에서 입양했기 때문이다. 당시엔 팻 샵에서 강아지를 분양 받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강아지 대부분이 이른바 강아지공장 출신이라는 걸 아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된 강아지공장의 환경은 돼지우리가 차라리 나을 지경이었다. 철장 안에 갇혀 온갖 피부병과 영양실조에 걸린 강아지 모습은 가히 충격이었다.

반려동물이 우리 삶 속에 들어오면 가족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처럼 소중한 가족의 대부분은 일명 팻 샵이라는 마트 같은 곳에서 상품처럼 팔리고 있다. 못 팔리면 다른 강아지를 생산하는 강아지 공장으로 간다. 그마저도 안되면 안락사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이다. 비위생적이고 잔혹한 강아지공장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팻 샵의 역할이 크다.

유럽은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자격심사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한다면 누구나 살 수 있다. 외모를 위주로 '구입' 하거나 가격 흥정을 하며 '저렴한' 아이를 고르기도 한다. 문제가 있다면 교환해주겠다는 조건도 붙는다. 평생 가족이 될 반려동물이 상품과 똑같이 거래된다.

▲ 경기 안산시에 소재한 유기견 보호소. 사람이 지날 때마다 관심을 끌려고 서로 매달린다. 이 곳에서 일정기간 보호 후 새로운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에 처한다. ⓒ 김춘만 논설위원
▲ 경기 안산시에 소재한 유기견 보호소. 사람이 지날 때마다 관심을 끌려고 서로 매달린다. 이 곳에서 일정기간 보호 후 새로운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에 처한다. ⓒ 김춘만 논설위원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먼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충동구매 식으로 입양한 후 아프면 버리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또한 팻 샵 보다는 가까운 유기견 센터를 방문해 보는 것을 권한다. 우리집도 예전에는 모르고 팻 샵에서 분양을 받았지만 훗날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반려동물들을 비위생적이고 잔인한 '공장'에서 해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아이들이 사람과 교감을 한다는 말이다. 그 아이들의 눈을 보라, 절대 상품으로 취급될 아이들이 아니다. 사람과 똑 같은 생명체이자 가족같은 존재다. 반려동물들의 짧은 생이 요람에서 무덤으로 이어지도록 인간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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