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서울의 한 초등학교 졸업식. ⓒ 세이프타임즈
▲ 1970년대 서울의 한 초등학교 졸업식. ⓒ 세이프타임즈

70년대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는 한 학급 학생수가 100여명을 육박했다.
교실마저 부족해 2부제 수업까지 있었다. 지금 세대야 상상할 수 없지만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그랬다. 당시에는 국민학교로 불렸다.

당시에는 졸업식도 북적했다. 졸업식에 안 가는 건 상상할 수 없었고 가족이 얼마나 오느냐에 따라 주눅이 들거나 기가 살았다.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는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곤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 때와 달리 고등학교로 가면 졸업식 문화가 또 달라진다. 마치 해방군이 된 듯 한 분위기였다. 괜스레 교복을 찢고 밀가루 범벅이 되는 호기도 부렸다.

어느 학교에나 반드시 한 명은 존재하는 '미친개 선생을 손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실제로 행위에 옮겨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동네 친구들이 동창생이 되는 청소년기와 달리 대학은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이 친구가 된다. 헤어지는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졸업식 참석률도 저조해 특별한 추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졸업식을 보면 사진 찍는 게 행사의 80%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출장사진사의 비싼 사진을 찍거나 제법 사는 집에서 카메라를 빌려야 했다. 필름도 아까워 조심스레 촬영을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한정 찍어댄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으로 열심히 찍은 후 불필요한 사진은 바로 지운다. 졸업식의 감흥과 추억은 스마트 폰에만 담긴다. 졸업식장 어디에도 아쉬움은 없다. 졸업하면 지금까지 그랬듯 메신저나 SNS로 만나면 된다.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 인구가 4000만명을 넘기자 정부는 산아제한계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유명한 표어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문구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학령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그와 비례해 총인구수도 줄고 있다. 인구 5000만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하락하는 지금 예전과 정반대의 출산장려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 2000년대 출산장려정책 가족계획 포스터. ⓒ 보건복지부
▲ 2000년대 출산장려정책 가족계획 포스터. ⓒ 보건복지부

향후 50년이 지나면 결국 나라가 소멸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입학하는 학생이 없으면 졸업하는 학생도 없다. 먼 훗날 졸업식이 검색어가 되고 예전에 있던 문화라는 답변이 달릴지도 모른다. 과장된 상상이지만 역사는 항상 과장이 현실이 되는 방향으로 흘렀다. 국가를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출산장려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가 정책의 후순위로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구정책은 생각나면 발표하는 정책이 아닌 지속적이고 탄력 받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건 정치싸움이나 가십거리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정책'이라는 말이 있다. 행정학을 공부할 때 정책론에 나오는 말이다. 잘 돌아가고 있는 건 그대로 두는 게 상책일 수 있다. 그러나 인구정책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잘못하다가는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꾸준하고 확실한 정책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졸업식이 과거 추억으로 회상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초등학교 분교는 지금도 아이가 없어 입학과 졸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는 분교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웃음이 미래를 깨운다. 국가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

학교가 활기찬 나라가 바로 미래를 보장받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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