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승합차와 화물차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 ⓒ 김향미 기자
▲ 대형 승합차와 화물차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 ⓒ 김향미 기자

1968년 경인고속도로를 시작으로 반세기를 조금 넘는 동안 한국의 고속도로는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2019년 51개 고속도로에 총연장 4800㎞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의 하루 생활권에 감동했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도로는 좋아지고 그에 따라 자동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늘어난 자동차와 비례해 교통사고도 많아졌다.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 등 관련 기관에서 안전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한국의 교통사고율은 세계 상위권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작은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은 흐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고속도로의 지정차로는 교통안전에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보면 지정차로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좀 과장해서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천안부근에서 대형 승합차가 차선을 위반한 채 달리고 있다. ⓒ김향미 기자
▲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천안부근에서 대형 승합차가 차선을 위반한 채 달리고 있다. ⓒ김향미 기자

대표적인 사례가 대형승합차 1차로 주행이다. 고속도로 1차로는 버스 전용차로를 제외하고 모두 추월차로로 지정된다. 전방차량을 추월하면 바로 주행 차선으로 들어서고 1차로는 비워둬야 한다.

그러나 버스 전용차선이 아닌 곳에서도 고속버스나 대형버스는 당당히 1차로로 주행한다. 중요한 건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도 알면서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대형버스는 버스 전용차로 외에는 지정차로 적용을 받는다.

차로별로 세세하게 주행규정을 글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편도 2차로가 되었든 3·4차로가 되었든 1차로는 무조건 추월차로라는 점이다. 1차로가 버스 전용차로면 2차로가 추월차로가 된다. 승용차도 3차로에서 주행을 해야 한다.

▲ 화물차는 1차로 주행이 불가능하지만 동수원 나들목 부근에 차량들이 차로 구분없이 주행하고 있다. ⓒ 김향미 기자
▲ 화물차는 1차로 주행이 불가능하지만 동수원 나들목 부근에 차량들이 차로 구분없이 주행하고 있다. ⓒ 김향미 기자

화물차의 위법사항도 비일비재하다. 화물차는 대부분 맨 가장자리가 주행차로다. 편도 3차로 기준으로 2차로는 화물차 추월차로다.

그러나 법규를 준수하며 운행하는 차량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다. 고속도로 평균 주행속도가 시속 80㎞ 이하면 지정차로 규정을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화물차가 시선을 막고 달리면 아무리 안전거리를 확보하더라도 돌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다.

국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도는 고속도로와 달리 도로를 반으로 나누어 왼쪽과 오른쪽 차로로 나눈다. 편도 2차로면 1차로가 왼쪽차로 2차로가 오른쪽 차로다. 편도 3차로면 1차로가 왼쪽 차로 2·3차로가 오른쪽 차로다. 편도 4차로면 1·2차로가 왼쪽 차로 3·4차로가 오른쪽 차로가 된다.

왼쪽 차로는 승용차와 경형, 소형, 승용차가 통행할 수 있다. 오른쪽 차로는 36인승 이상 대형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량, 원동기, 자전거 등이 통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규정이 지켜지는 도로는 거의 없다. 아니 이러한 규정 자체를 모르고 있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 고속도로 지정차로제 통행 가능 차량 구분도. ⓒ 도로교통공단
▲ 고속도로 지정차로제 통행 가능 차량 구분도. ⓒ 도로교통공단

선진화된 고속도로의 모범 사례로 독일 아우토반을 꼽는다. 아우토반에서는 추월차로인 1차로는 거의 비어 있다. 주행차로에서 추월하는 차가 추월을 위해 잠깐 진입할 뿐이다.

추월 후에는 바로 주행차선으로 빠진다. 한국처럼 대놓고 주행하는 차들은 보기 어렵다. 아울러 우측차로에서 좌측차로로 추월이 금지돼 있는데 이 또한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한국에서 다반사로 위반하는 것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다.

제대로 알고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거의 절반 이상은 법규를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교통문화는 그 나라의 선진화를 재는 하나의 척도다. 자동차가 필수인 시대인 만큼 운전에 대한 기본적인 질서와 예의를 지키는 운전문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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