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노면 마찰력 떨어져 '제동거리' 문제 발생
미끄러짐 사고, 엔진과열, 도로침수 발생 등 유발
수락산 등산객 추락사 원인도 결국 낙엽이 '주범'

▲ 충북 청주시 복대동 사직대로옆  공원에 낙엽이 쌓여 있다. ⓒ 박채원 기자
▲ 충북 청주시 복대동 사직대로옆 공원에 낙엽이 쌓여 있다. ⓒ 박채원 기자

[세이프타임즈] 시몬 그대는 아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

낭만으로만 생각했던 낙엽이 보행자와 운전자에게는 '미끄러짐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을의 끝자락이자 겨울의 시작인 11월. 도로와 산책로 마다 낙엽이 넘쳐나고 있다. 가을이면 낙엽이 쌓인 길을 걷거나 가을산행을 하는 사람도 많다. 밟는 느낌과 소리가 좋아 낭만을 상징하는 낙엽이 누군가에게는 '위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미끄러짐 사고가 대표적이다. 

지난주 기온이 낮아진 가운데 비까지 와 거리마다 젖은 낙엽으로 가득찼다. 이른 아침이나 비온 뒤 낙엽이 치워지지 않은 길을 운전할 때나 걸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빙판길이나 눈길보다 낙엽이 쌓인 길을 운전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비나 눈이 왔을 때는 더 위험하다.

운전 시 갑자기 떨어지는 큰 낙엽이 시야를 가리거나 본네트에 쌓인 낙엽이 날리는 경우도 있다. 운전 시에는 도로 차선에 쌓인 낙엽으로 중앙선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사고를 피하는 방법은 평소 속도보다 20~50% 감속 운전해야 한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젖은 낙엽이 쌓인 도로를 운전할 때는 노면과 타이어 마찰력이 떨어져 제동거리가 길어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낙엽 위에서는 급제동과 급가속을 하지 말고 서행해야 하며 방향 전환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엽은 자동차에 손상을 주기도 한다. 차량 위에 떨어진 낙엽을 방치하면 썩어 발생한 산성물질이 도장면을 손상시키는 경우도 있다. 장기 주차 시에는 실내나 낙엽이 생기는 나무를 피해 주차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자동차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을 낙엽이 막게 되면 공기흡입구를 막아 차량 내부의 공기순환을 방해한다. 심할 경우 엔진과열로 차량 고장원인이 되기도 한다. 라디에이터는 엔진의 냉각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직대로옆 보도에 낙엽을 담은 포대가 있다. ⓒ 박채원 기자
▲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직대로옆 보도에 낙엽을 담은 포대가 있다. ⓒ 박채원 기자

운전자 김모씨(53·충북 청주시)는 "비 오는 날  좁은 도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강아지 때문에 브레이크 잡았다가 바닥에 있는 낙엽에 밀려 식은땀이 난 적이 있다"며 "눈길에서 브레이크 잡아 밀린 느낌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씨(55)는 "도로 옆 화단에 쌓인 낙엽이 지저분해 보기 싫고 보도에 쌓인 낙엽은 보기는 좋은데 밟다보면 미끄러질 것 같아 빨리 치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낙엽은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에게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비나 눈이 온 아침에 산책이나 출근 시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 지자체는 아침 일찍이나 오후에 낙엽을 치우고 있지만 낙엽을 치우기 전이 문제다. 이면도로나 보행로가 구별 없는 도로도 위험한 지역이다.

낙엽이 쌓인 길은 눈길처럼 걸을 때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가능한 젖은 낙엽은 밟지 말아야 한다. 몸이 불편한 고령자나 하이힐을 신은 여성도 낙엽이 쌓인 곳은 피해야 한다.

어린이공원 놀이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일부러 비온 뒤 젖어 있는 낙엽을 밟으며 뛰어 다니는 경우도 있다. 공원관리기관은 낙엽 치우는 것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은행잎은 낙엽이 돼 떨어져도 작게 부서지지 않고, 비가 오면 바닥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는 기름층이 많다. 은행잎은 건조한 상태서도 미끄러울 정도로 기름기가 많이 분비된다.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잎이 큰 버즘나무보다 은행나무 잎이 보행자가 미끄러기 쉽다. 11월 단풍나무나 은행나무가 있는 길을 산책할 때 주의가 더 필요하다.  

낙엽은 도로 옆 배수구를 막는 경우도 있다. 도로에 쌓인 낙엽이 도로옆 배수구를 막아 여름철 폭우가 쏟아지면 주변이 침수가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서울 도봉구 태영데시앙 아파트 앞에 낙엽을 모은 비닐봉지가 쌓여있다. ⓒ 원덕영 기자
▲ 서울 도봉구 태영데시앙 아파트 앞에 낙엽을 모은 비닐봉지가 쌓여있다. ⓒ 원덕영 기자

서울 도봉구 원모(50)씨는 "비가 와 인도도 지저분하고 바닥에 붙은 낙엽이 미끄러웠을텐데 구청에서 미리 낙엽을 치워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에게는 낙엽은 '낭만의 대상'이 아니다. 노동의 대상이다. 평범한 시민이 보기에는 낙엽을 치워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물기에 젖은 낙엽을 치우지 않으면 운전자나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환경 미화원이 아침 저녁으로 치우는 이유다.

환경미화원은 "아침에 치워도 오후에 같은 양이 떨어져 있어 수시로 치우지 않으면 감당이 안된다"며 "특히 비온 뒤에는 잘 쓸리지 않아 어려운데 치우지 않으면 민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에게는 가을이 결코 낭만의 계절이 아니다.

등산로에 쌓인 낙엽도 주의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가 중점 관리 재난안전사고 유형 통계를 분석한 결과 10월에는 등산, 교통, 농기계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2013~2017) 발생한 등산사고는 3만7115건에 달했다. 원인은 산행 중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실족과 추락(12만382건·33%)이 가장 많았다.

낙엽으로 인한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가족과 경기도 남양주 수락산 등산에 나섰던 60대 여성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낙엽을 밟고 미끄러져 산비탈 아래로 떨어져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숨진 여성은 앉을 자리를 찾다가 낙엽을 밟아 사고가 발생했다.

▲ 대전 중구 선화동 참좋은 아파트 앞 보도에 낙엽이 쌓여 있다. ⓒ 오선이 기자
▲ 대전 중구 선화동 참좋은 아파트 앞 보도에 낙엽이 쌓여 있다. ⓒ 오선이 기자

대전 중구 강모씨(53)는 "큰 도로는 대체로 낙엽청소가 잘돼 있지만 골목길이 좁은 도로에는 며칠동안 낙엽이 쌓여있다"며 "비가 오면 미끄러워 넘어져 다칠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주부 신모씨는 "아이가 등굣길에 쌓인 낙엽을 피하다가 넘어진 적 있다"며 "등하굣길에 쌓인 낙엽은 빨리 치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등산사고 3건 가운데 1건은 발을 헛디디거나 떨어지며 발생했다. 최근 5년간(2015~2019) 등산사고 3만4567건 가운데 1만1690건이 발생했다.

도로교통사고는 10~11월에 많이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유형별 사고발생유형에 따르면 평균 11만1719건의 교통사고 가운데 10월이 2만444건으로 가장 많았다. 두번째로 11월 1만9990건으로  높았다.

12월은 겨울의 시작으로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눈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시기다. 낙엽이 치워지지 않은 구간을 지날 때는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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