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 11%·익충 89% 소멸 "득보다 손실 많다"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마을 입구에 논두렁을 태운 흔적이 남아 있다. ⓒ 최진우 기자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마을 입구에 논두렁을 태운 흔적이 남아 있다. ⓒ 최진우 기자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있다.

본격적인 영농준비 시즌이 돌아왔다. 농민들은 해충을 퇴치한다며 논밭두렁을 태우면서 영농준비를 시작한다.

농민들은 새로운 기분으로 농사를 시작하지만 산림청과 소방청은 또다시 전전긍긍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논밭두렁을 태우는것은 산불발생 가능성은 높이고 해충 방제효과는 낮아 득보다 실이 많지만 매년 도돌이표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도심을 벗어나면 논두렁에는 어김없이 '논 밭두렁 태우지 말자', '산불조심' 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 걸리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플래카드를 외면한 채 습관처럼 논두렁을 태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논두렁을 태운 주변 뒤쪽으로 민가와 산이 붙어 있다. ⓒ 최진우 기자
▲ 논두렁을 태운 주변 뒤쪽으로 민가와 산이 붙어 있다. ⓒ 최진우 기자

30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마을 입구. 논두렁은 이미 검게 그을려 있었다. 논두렁을 태운지 얼마되지 않아 보였다.

뒤로는 산림, 앞에는 유치원, 농로 옆으로는 비닐하우스와 민가가 붙어 있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만 불었다면 금세 '화마'로 돌변하기 쉬운 위치였다.

산책을 나온 김모(48)씨는 "바로 옆에 산이 있는데 저러다 산불이 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걱정이 된다"며 "노인분들은 불이 나면 신속하게 대피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승용차 운전자 이모(49)씨는 "건조해서 바람까지 불 경우 큰불로 번질 것 같다"며 "해충보다 익충(益蟲)이 더 죽는다고들 하는데 풍습은 고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익충이란 인간의 생활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거나 손실을 주는 곤충들을 잡아먹거나 기생, 곤충의 활동을 억제시키는 천적 등을 말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9일까지 발생한 산불 전체 230건 가운데 논밭두렁 소각이 원인인 경우는 43건(18.7%)이다. 최근 10년간 계절별로는 3~5월 화재 394건 가운데 232건은 산불이었다. 전체 산불 58.9%가 봄에 발생했다.

▲ 충북 청주~충주 17번 국도 음성 근처에 논두렁 소각을 금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최진우 기자
▲ 충북 청주~충주 17번 국도 음성 근처에 논두렁 소각을 금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최진우 기자

농촌진흥청이 2015년 경기·충청지역 논둑 3㎡에 서식하는 미세동물을 조사했다.

노린재목 등 해충은 10개체(11%), 거미와 톡톡이 등 이로움을 주는 익충은 81개체(89%)가 발견됐다. 논두렁을 태울 경우 해충보다 천적이 많이 죽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정준용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장은 "논밭두렁 태우기는 해충 방제 효과가 적고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자제해야 한다"며 "농산 폐기물도 소각하지 말고 지정된 곳에 배출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림보호법은 허가를 받지 않고 산림에서 100m 이내에서 불을 피우면 △1차 위반 30만원 △2차 위반 40만원 △3차 위반때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실로 산림을 불에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리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실익보다 손실이 많은 논밭두렁 태우기 이제는 딱 끊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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