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통사고 사망 대비 '농기계 40배'
대부분 고령자 운전미숙 안전교육 절실
본격적인 농사철에 진입하면서 농기계를 사용하다가 다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이프타임즈>가 '안전을 위협하고 혈세가 줄줄 새는 농사용 전기'에 대한 문제점을 보도한 데 이어 농기계 안전사고에 대해 취재했다.
30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가로운 농촌은 모내기가 진행되면서 숨소리조차 바빠 보였다. 농부와 농기계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의 농촌 현실이 반영된 듯 농기계 운전자 대부분이 고령의 남성이라는 점이다.
농기계 대부분은 물이 고인 논에서 운용돼 진흙 등이 묻기 일쑤다. 마을 곳곳에서 이처럼 농사를 끝낸 흔적이 있는 경운기가 눈에 들어왔다. 적재함 후면은 녹이 발생하고 유도등도 없어 빠른 식별이 불가능하다. 야간 식별은 더욱더 어렵다.
제때 정비를 받지 않은 농기계는 더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 고령 운전자가 운용하는 농기계는 안전을 더 위협한다.
지난 7일 하루에만 농민 2명이 안타까운 사고로 숨졌다. 경남 진주시 대곡면 둑길 25m 아래로 경운기가 추락해 운전자 A(84)씨가 숨졌다. 운전자 B(69)씨는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서 경운기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농번기에 경운기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사고 대부분은 운전자가 고령이거나 초보운전, 심지어는 술을 마신 뒤 운전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비가 부실한 경운기의 야간 주행은 사고를 몰고 다니는 '위험한 존재'다.
운전자 김모(51)씨는 "밤에 농촌 지역을 운전할 때 후미등이 고장 난 경운기를 보면 깜짝 깜짝 놀라고 긴장이 된다"며 "갑자기 경운기가 나타난 것처럼 보여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과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농기계 사고는 농번기에 60대 이상 운전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2015~2017년 농기계 사고는 1429건에 달했다. 사상자 1805명 가운데 205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경운기의 전복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105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60대 이상 사상자는 1111건(77.7%)이다. 사망자 205명 가운데 170명(82.9%)이 60대다.
경운기 안전사고는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했다. 고령화된 농촌 현실에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기계 사고는 2015년 508건, 2016년 445건, 2017년 476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사망률은 일반 교통사고(0.4%)보다 40배 높은 16.1%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까지 3년 동안 농기계 사고는 농번기인 4~6월(35.9%), 9~10월(25%)에 집중됐다.
충분한 운전 교육을 받지 않고 농기계를 사용하다가 '부주의'로 사고를 낸 경우는 977건(66.9%)이다.
서철모 행안부 예방안전정책관은 "후미등을 설치하고 반사지를 붙이는 등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운전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굴삭기는 기능사 자격증이 있어도 별도의 운전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은 농기계 운전에 대한 면허제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민 대부분은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거나 이웃을 통해 운전을 배운다.
농민 김모(49)씨는 "경운기 운전을 가르쳐 주는 곳도 없어 대부분 이웃의 농민에게 배운다"며 "젊은 사람도 좁은 농로를 운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힘든 농사를 하면서 막걸리 등의 술을 마시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어르신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운기는 교육을 받지 않고 운전을 해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과 운전 교육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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