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신 칼럼] 사이비를 개혁하겠다는 그에게
[정이신 칼럼] 사이비를 개혁하겠다는 그에게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승인 2020.09.1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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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에 다니고 있는 전 직장 동료를 만났습니다. 신학대학원에 가기 전에 NGO에 근무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같이 근무했던 사람이 성폭행범이 교주인 모 사이비에 흠뻑 중독돼 있습니다. 옛정도 있고 해서 아는 사람을 통해 그를 경기도 모처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목사인지라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교주를 메시아로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니라고 했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교주를 메시아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저곳에 있는 이유가 뭐냐고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그는 의외의 대답을 했습니다. 자신에게 저곳을 개혁하라고 하나님이 기회를 주실 것 같아 그것을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이비를 개혁해서 뭣 하려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면서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아이는 저 사이비를 다니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모 사이비가 문제 있는 곳인지 알지만, 저곳을 개혁해서 이 사회에 공헌하도록 이끌어 보고 싶어서 저곳에 다닌다는 이야기만 늘어놨습니다.

그와 헤어진 후 의문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는 왜 교주가 성폭행범인 사이비를 개혁하려고 할까요. 저곳의 교리에 완전히 세뇌돼 교주가 성범죄자인 것도 모른 채 저곳에 속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교주의 비리를 알면서도 그는 저곳을 개혁하겠다고 사이비에 다니고 있습니다. 기독교 상담을 하면서 겪었던 기이한 사례였는데, 알아보니 종교중독일 가능성이 컸습니다.

사회는 조폭을 해체하라고 하지 개혁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개혁이란 사회적으로 쓸모가 있는 것을 제대로 고쳐서, 가야 할 길을 가라고 관용을 베푸는 것입니다. 사이비·이단은 사람들을 볼모로 붙잡아 교주와 교주를 옹호하는 패거리를 위한 조직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처음부터 온갖 사기극을 펼치며, 사람들을 속여서 엮이게 만드는 곳이 저곳입니다.

종교중독은 다른 물질중독과 달리 명확한 진단기준이 없습니다. 종교 중독자를 진단하는 다양한 지표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어떤 사람이 종교 중독자라고 확실하게 판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사이비·이단의 특정한 지침만이 옳다는 확신과 확증편향에 갇혀, 저곳에서 요구하는 행위를 강박적으로 지키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닦달하고 통제하려는 사람은 종교중독에 걸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종교중독의 치명적인 해악은 이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교주가 성폭행범이란 것은 저 사이비를 해산해야 한다고 사회가 판정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교주를 제쳐두고, 추종자들의 열정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사이비를 개혁하겠다는 것은, 저의 전 직장 동료가 종교중독에 걸려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처럼 중독에 의한 개인적 착시를 신앙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폭력을 쓰는 부모에 의해 발생한 아동학대가 일반적인 중독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동기에 학대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성인이 되면 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현상이 사이비·이단에서도 일어납니다. 저곳에서도 폭력을 쓰는 영적 지도자에 의해 초기 신앙자들에게 정신적 학대가 일어납니다. 간혹 육체적인 학대로 이어지는 때도 있는데, 여기서 아동과 초기 신앙자의 공통점은 약자라는 것입니다.

종교중독의 핵심은 열등감과 수치심인데, 피해자는 이런 감정을 내면화합니다. 그리고 사이비·이단에서 체득한 느끼거나 생각하지 못하며, 믿지 못하는 메커니즘으로 자신을 재단합니다. 저곳을 위해 세뇌 및 학습된 무력감으로 하나님과 직접 관계 맺을 수 있는 특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교주의 말과 해석에만 매달립니다.

사이비·이단의 시작과 끝을 보면 저들은 해산 대상입니다. 성경에서 말한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에 중독된 옛 직장 동료가 안타깝지만, 사기극을 벌이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사이비를 개혁하겠다는 그도 별나라 사람으로 청산 대상입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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