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신 논설위원
▲정이신 논설위원

A가 광장에 나가 자신이 예수님과 아주 친하다고 거짓으로 과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예수님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분과 친분이 두텁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B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가 펼치는 구원 사역의 시효(時效)가 다 끝났는데, 굳이 그와 친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 A와 B의 말은 전혀 다른 맥락을 지닙니다. 그러나 일반 사람은 이 둘을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기독교상담에서는 A를 이단(異端)이라고 하고, B를 사이비(似而非)라고 합니다. 이단을 한자로 헤아려 '끝이 다른 곳'이라고 설명하는 이도 있는데, 저들은 예수님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그분이 주신 구원의 특권이 자신들의 교회에만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일반 정통교회를 조금 인정합니다. 그러나 최종적인 구원의 메시지는 자신들의 교회를 통해서만 전파된다고 합니다.

사이비는 <맹자(孟子)> 진심편(盡心篇)에 나오는데,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안을 보면 아닌 것'입니다. 사이비는 겉보기에는 기독교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예수님을 믿는 기독교가 아닙니다.

저들은 예수님 말고 새로운 구원자가 나타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 구원자는 구원의 비밀을 계시로 알아낸 저들만의 교주이고, 이로 인해 저들은 일반 정통교회를 부정합니다.

자신들이 처한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교주를 추종하는 것과 예수님을 구원주로 영접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사이비에 중독된 사람들을 만나보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성폭행범으로 복역하고 온 교주도, 추종자들이 처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여전히 저들만의 메시아입니다.

그런데 이는 성경에서 말한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래서 종교학에서는 저들을 유사종교라고 합니다. 종교의 일반적인 형식을 본떴지만, 사적인 이익을 위해 모인 무리이지 보편적인 종교가 아니라고 합니다.

사이비나 이단이나 성경에서 말한 교회가 아니기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둘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저들이 퍼뜨린 당의정(糖衣錠)에 중독되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말한 구원을 특정 교회에 국한해 설명할 수 없기에, 이단의 주장은 하나의 해석입니다.

따라서 이단들이 말한 지류를 주류인 선지자의 외침이고, 애국자의 목소리라고 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저들만 신봉하는 해석입니다. 해석의 자유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단이 주장하는 비성경적인 엉터리 해석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일 놈이나 나쁜 세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이비는 아주 다릅니다. 예수님의 구원이 이미 효력을 다했기에 새로운 구원자를 믿어야 한다면서 등장한 사람이 온갖 거짓말의 양념으로 흠뻑 버무려진 사람입니다.

게다가 그 교주는 얼마 전에 죽은 다른 사이비 교주 밑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배웠던 사람입니다. 그는 다른 사이비 교주에게 배운 것을 자신이 새롭게 계시받은 것으로 위장해 사람들을 속입니다. 추종자들과 더불어 효과적으로 사기 치는 포교를 벌이기 위해 온갖 술수를 다 동원합니다.

사이비는 이단을 거쳐서 더 깊숙한 어둠의 늪으로 빠져든 것입니다. 따라서 사이비는 당연히 이단이지만, 이단은 사이비로 더 들어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 얕은 늪에 있는 이단 중에 자신들의 잘못을 회개하고 일반 정통교회로 돌아오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회개한 사이비 교주는 없지만, 회개한 이단 목사는 가끔 나타납니다.

사이비는 교주에 관한 모든 게 구원 비밀이기에, 저들만의 신앙촌을 만들어 살면서 광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또 내적 섭리라 불리는 성(性)에 얽힌 비밀교리를 개인 단위로 많이 사용하기에 이단보다 더 폐쇄적입니다.

반면 이단은 성경을 편향적으로 해석하는 자기들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지도자가 때에 따라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둘을 구분하기 힘들면 하나만 기억하십시오. '사이비든 이단이든 절대 갈 곳이 아니다!'

■정이신 논설위원·

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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