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돗학교에 공부하러 온 북향민 중에 사연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모두 간절함과 한(恨)으로 점철된 사연을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때로는 이들의 앞길을 가로막거나 발목을 잡는 덫이 됩니다.

대한민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지닌 사연이 간절할수록 정당한 방법으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만들어야 하는 실력의 토대를 차근차근 쌓아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지닌 사연이 남다르다고 생각해 이것을 건너뛰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과속하거나 모래 위에 집을 짓게 됩니다. 가야 할 목표 지점은 보이는데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으니, 무리해서라도 빨리 그곳에 도달하려고 거짓을 진짜로 포장하게 됩니다.

대안학교에 오는 북향민에게 늘 대한민국의 속도로 현실에 대처하라고 했습니다. 중독성 강한 설탕으로 버무린, 과대 포장된 치사는 될 수 있는 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대학만 가면 된다는 식의 입시지도도 거부했고,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대학으로 입시지도를 했습니다.

준비가 부족하면 북향민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보낸 후에도, 계속해서 이들을 가르쳐서 대한민국 학생과 견줄 수 있는 장학생으로 만들었습니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바꿀 수 없어 부딪혀야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북향민보다 더 절절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에도 많습니다. 그들보다 북향민에게 특별하게 다른 색깔의 복지를 언제까지 허용해 줄 수 있을까요?

대학 입학이나 졸업 후에 북향민이 이 땅의 시민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겪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힘들다는 핑계로 눈 감고, 스스로 이것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하나씩 해결 능력을 갖춰 나가게 도와줘야 합니다.

북향민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탈북과정을 허위로 과장하는 저들을 만났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라서 속았고, 나중에는 알면서도 일부러 속아줬습니다. 저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제가 알고도 가만히 있으면, 다른 북향민 제자들이 저를 속이고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아나돗학교가 바라는 것은 남한과 북한의 평화로운 공동체적 공존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서로 노력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먼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어설프게 자신의 탈북기를 포장해 거품 많은 상품으로 만들어 봤자 오래 가지 못합니다.

과장 또는 위장하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성경에 의하면 지혜로운 사람은 언제나 유연하게 일을 대처합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유연하기에 상처 없이 깨끗하게 일을 끝냅니다. 그러나 거짓말했던 북향민 학생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권투선수였던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가 했던 경기를 보면 상체가 유연하고 발놀림이 빨라서 상대방의 공격을 이리저리 잘 피했습니다. 그와 경기를 치렀던 상대가 대부분 강펀치의 소유자들이었지만, 유연함으로 인해 그에게 강펀치가 제대로 먹혀들어 가지 않았습니다. 권투 경기에서는 이를 유효타라고 하는데, 상대의 유효타가 적어서 결국 지친 상대를 알리가 제압해서 이긴 경기가 많았습니다.

성경은 이런 유연함이 정의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만약 세상에 하나님의 정의가 없으면 우리가 거짓을 이기기 힘들고 뻣뻣하게 굳어집니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기에, 자신이 했던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중교리로 위장한 사이비·이단 교주들처럼 생각이 딱딱하게 굳어져 유연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삽니다.

북한에서 태어나 마음에 한이 생길 정도로 간절하게 살아왔다면, 그것보다 더 정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야 합니다. 이는 이 땅에서 태어난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큰일을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도, 거짓으로 굳어져 있으면 성공한 업적만큼의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간절한 만큼 정의롭고 유연하게.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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