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 적색 복선 표시 준수' 찾기 어려워
소화용수 신속공급 화재진압 성패 좌우
제도시행 4개월 통일된 지침·점검 필요

▲ 충북 단양읍 도로의  소화전 주변 경계석에 주정차 금지 표시가 설치돼 있다. ⓒ 서동명 기자
▲ 충북 단양읍 도로의 소화전 주변 경계석에 주정차 금지 표시가 설치돼 있다. ⓒ 서동명 기자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 1일부터 도로의 소화전 5m 이내에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4만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됐다.

부과 기준은 시행령 88조의 안전표지와 적색 노면 표지가 된 소방시설 5m 이내에 불법 주정차된 경우에 해당한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안전신문고앱'에는 지난 4월 27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20만139건의 4대 불법 주정차가 신고됐다.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은 △소화전 주변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장 10m 이내 △횡단보도위 등이다. 지난 4월 17일부터 시행된 4대 불법 주정차는 상시 단속 대상에 해당한다. 

신고 유형별로는 횡단보도가 11만652건(55.3%)으로 가장 많았다. 소화전 주변은 1만8276건으로 9.1%였지만 주민 신고제 도입 후 크게 늘었다.

주민신고제는 위반장소와 차량번호 식별이 가능하도록 같은 위치에서 1분 간격으로 사진 2장을 찍어 안전신문고나 생활불편 신고앱으로 신고하면 된다. 단속 공무원이 현장에 오지 않아도 과태료가 부과되는 제도다.

▲ 충북 청주시 율량로 소화전 주변 경계석이 적색으로 칠해져 주정차 금지 지역을 알리고 있다. ⓒ 박채원기자
▲ 충북 청주시 율량로 소화전 주변 경계석이 적색으로 칠해져 주정차 금지 지역을 알리고 있다. ⓒ 박채원기자

<세이프타임즈>는 이같은 4대불법 주정차 실태를 취재해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행안부가 지정한 유형별로 제도와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4대 불법 주정차 가운데 첫번째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실태를 취재했다. 화재때 골든타임을 막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이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차는 분당 방수량이 2800ℓ에 달한다. 3~4분내에 소화용수가 소진돼 추가로 공급을 받지 못하면 화재 진압에 실패할 수 있다.

신속한 소화용수 추가공급이 화재 진압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세이프타임즈 시민기자가 이같은 소방용수 시설에 대한 실태를 확인했다.

시민기자들은 △서울 용산 △대전 유성 △세종 △제주 △경기 안산 △전북 전주 △충북 청주  등 8개 지역을 살펴봤다.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표지 설치 방법은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었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연석이 설치된 곳에는 연석 윗면과 측면에 적색 표시를 해야 한다. 경계석에 적색 표시와 주정차 금지표시가 된 지역에 주차를 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이들 지역을 확인한 결과, 연석에 적색이 표시된 곳은 많지 않았다. 제도 시행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도에 비해 현장 조치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 제주시 연북로 한 도로에 설치된 소화전 주변에 안내 표지가 없다. ⓒ 고상용 기자
▲ 제주시 연북로 한 도로에 설치된 소화전 주변에 안내 표지가 없다. ⓒ 고상용 기자

제주도 연북로를 찾았다. 소화전을 보호하는 기초에는 '주차금지'라는 글자 조차 없었다. 경계석도 적색으로 표시되지 않았다.

제주 시민 고모(62)씨는 "도로에 소화전 주변 경계석을 적색으로 표시한 것을 보지 못했다"며 "적색으로 하면 야간에도 눈에 잘 띌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단양군 시내. 도로 소화시설 표지는 기준에 맞게 설치돼 있었다. 글자도 경계석마다 반복적으로 써 있어 눈에 잘 띄었다.

도로옆에 주정차 차량이 많이 보였지만, 소화전 주변에는 주정차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주민 김모(51)씨는 "운전자가 보기에는 표지판보다 경계석 표지가 눈에 잘 보인다"며 "운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제도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이면 도로. 경계석에 적색으로 주차금지 표시가 돼 있었다. 인근 상가를 찾은 주민 이모(51)씨는 "전에는 소화시설 옆 주정차금지를 몰랐다"며 "경계석 표지를 보고 멀리 정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직도 홍보가 많이 안 된 거 같다"며 "플래카드 광고나 방송에서 더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 대전 유성구 도로 소화전 주변 5m 이내 주차금지 원형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오선이 기자
▲ 대전 유성구 도로 소화전 주변 5m 이내 주차금지 원형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오선이 기자

대전시 유성구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는 주차금지를 알리는 원형표지만 있었다. 경계석 표지가 없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행안부는 연석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노면 차선색을 적색 복선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 지침에 맞게 설치한 곳은 찾기가 어려웠다.

신고앱에 대한 시민 반응도 엇갈렸다. 김모(54·경기 안산)씨는 "신고때 앱을 실행한 상태에서 1분 간격으로 촬영해야 해서 불편하다"며 "실시간 촬영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1분 동안 기다려 찍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소화전 주변 불법주정차를 취재하다보니 소화전 관리가 제대로 안된 곳도 눈에 띄었다.

▲ 전북 전주시 완산구 롯데백화점 옆에 사용하지 않는 소화전이 방치돼 있다. ⓒ 서경원기자
▲ 전북 전주시 완산구 롯데백화점 옆에 사용하지 않는 소화전이 방치돼 있다. ⓒ 서경원기자

전북 전주시 완산구 롯데백화점 옆에는 사용하지 않는 소화전이 흉물로 방치돼 있다. 서모(57·서울 동작구)씨는 "출장을 자주 오는 곳인데 소화전이 이상해 물어보니, 사용하지 않는 소화전이었다"며 "통행에 불편을 주고 운전자들이 착각할 수 있어 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역 앞에서 만난 시민 이모(48)씨는 "불법 주정차 단속도 중요하지만, 주차공간 확보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일시적인 대책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8월부터 전국에서 4대 불법 주정차 근절 합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일 제주도는 안전점검의 날 행사를 열면서 제주시청 앞에서 4대 불법 주정차 근절 캠페인을 열었다. 제주소방서, 자치경찰단, 제주시가 참여했다.

양기철 제주도 안전실장은 "장애인을 배려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비워 두는 것처럼,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해 소화전 주변 주정차 금지구역에 불법 주정차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2017년부터 안전신고 우수시민에 대한 포상제를 도입,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올 상반기 114명에게 1500만원의 안전신고 포상금이 지급됐다.

김계조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은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자신의 편리함을 이유로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습관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와 협력해 불법 주정차 과태료 징수액을 주차장 설치와 교통안전시설 확충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월평동 은평공원앞 소화전 주변에 주정차금지 표시가 없다. ⓒ 오선이 기자
▲대전 서구 월평동 은평공원앞 소화전 주변에 주정차금지 표시가 없다. ⓒ 오선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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