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포커스] 가족의 '눈' 점자블록에 숨겨진 '위험'
[세이프 포커스] 가족의 '눈' 점자블록에 숨겨진 '위험'
  • 서경원·김희리·이산하 기자
  • 승인 2019.07.17 11:13
  •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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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지침·시공사 관리 기준 제각각
신축아파트와 구 도심지 설치 차이 현저
시각장애인협회 "57%만 제대로 설치"
▲ 서울 용산구 한 도로에 ㄷ자로 설치돼야 할 점자블록. 시각장애인은 울타리와 부딪힐 수 있다. ⓒ 서경원 기자
▲ 서울 용산구 한 도로에 ㄷ자로 설치돼야 할 점자블록. 시각장애인은 울타리와 부딪힐 수 있다. ⓒ 서경원 기자

사람의 감각에서 시각의 비중은 크다.

시각장애인은 저시력과 중증으로 나뉜다. 저시력 장애인은 사물의 윤곽만 볼 수 있다. 중증시각장애인은 청각과 촉각에만 의지해 시각을 대신한다.

청각과 촉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은 외출길에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시각장애인은 주로 발바닥이나 지팡이를 사용해 점자블록을 읽어 길을 간다.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이나 장애물 등은 시각장애인의 시야를 가리는 역할을 해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세이프타임즈는 서울 등 지역 곳곳에 점자블록이 기준에 적합하게 설치돼 있는지 취재했다.

세이프 포커스 교통안내표지판…시민안전 위협한다(www.saf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013)에 이어 사회 약자의 보행 안전을 살펴보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했다.

▲ 선형블록(왼쪽)과 점형블록 ⓒ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 선형블록(왼쪽)과 점형블록 ⓒ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점자블록은 길에서 보는 노란색 벽돌이다. 용도와 모양에 따라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으로 나뉜다.

점형블록은 사각 판에 원형 돌기 36개가 있는 점자블록이다. 방향을 전환할 때나 장애물이 있을 때 안내하기 위해 설치된다.

선형블록은 사각 판에 4개 직선 줄이 있다. 직선 방향으로 도보를 안내하는 점자블록이다.

정부는 점자블록 설치 기준을 마련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점형블록을 자동차 진입억제용말뚝(볼라드)보다 30cm 앞에 설치해야 한다.

국토부는 점자블록을 장애물을 피해 장소 앞 30cm 위치에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횡단보도 앞 선형블록 직선방향은 횡단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설치해야 한다.

세이프타임즈는 전국 곳곳을 확인해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곳을 취재했다.

▲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앞 횡단보도. 점자블록이 차도방향으로 놓여 있다. ⓒ 이산하 기자
▲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앞 횡단보도. 점자블록이 차도방향으로 놓여 있다. ⓒ 이산하 기자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앞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중간에 끊어져 있었다. 횡단보도 도보 방향을 알려주는 선형블록 방향은 차도방향으로 잘못 설치됐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은 곳이다.

기자는 보도블록 시공업체 관계자인 석모(46)씨에게 횡단보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이 기준에 맞지 않게 설치된 이유를 물어봤다.

석모씨는 "아파트 시공업체와 택지 시공업체가 다르다 보니 생긴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공업체가 다르더라도 정부에서 정한 규정은 하나다. 이에 석모씨는 "시공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 주변과 구(舊) 도심지의 인도 점자블록 상태는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구 도심지에 설치된 보도블록은 점자가 많이 닳고 파손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점자블록이 맨홀에 가로막혀 끊어진 곳도 발견됐다.

점형블록 폭은 대부분 기준에 적합하지 않았다.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점형블록이 방향 전환이나 굴절점에 설치되는 경우 점형블록 폭은 선형블록 폭의 2배로 설치해야 한다.

▲ 서대전역 에스컬레이터 앞에 놓은 미끄럼 방지 덮개로 점자블록이 안 보인다. ⓒ 김희리 기자
▲ 서대전역 에스컬레이터 앞에 놓은 미끄럼 방지 덮개로 점자블록이 안 보인다. ⓒ 김희리 기자

서울 용산역 근처 횡단보도 앞에는 선형블럭 방향이 잘못돼 있었다. 잘못 설치된 점자블럭으로 시각장애인이 다칠 수 있는 곳도 발견했다. ㄷ자로 설치돼야 할 블럭이 빠져서 시각장애인이 울타리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울산역 앞 리무진 버스를 타는 곳도 점자블록이 파손돼 있었다. 비가 온 날 찾아간 서대전역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점자블록이 회색 양탄자로 덮혀 있었다. 서대전역 관계자는 "미끄럼 방지용으로 덮개를 깔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준에 맞게 설치한 곳도 많았다.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는 맨홀 뚜껑 위에도 점자블록을 설치했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 앞 인도에는 한전 맨홀을 피해 점자블록이 기준에 적합하게 설치됐다. 서울역 대합실 주변도 기준에 적합했다.

복지부는 5년마다 조사하는 편의시설 설치실태를 지난 3월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점자블록 등 편의시설은 1988년 55.8%에서 지난해 74.8%로 높아졌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점자블록과 점자 안내판이 기준에 맞게 설치된 비율은 57.5%라고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시설은 시각장애인이 길을 다니기 어려울 정도라는 설명이다.

점자블록이 시간장애인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반은 보이고 반은 암흑이라는 의미다.

시각장애인 모두가 대한민국 어디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점자블록 설치실태가 개선돼야 할 것이다.

▲ 울산역 앞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는 곳에 점자블록이 파손돼 있다. ⓒ 김덕호 기자
▲ 울산역 앞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는 곳에 점자블록이 파손돼 있다. ⓒ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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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kim 2019-07-25 16:16:41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장애인에대한 배려.

김창배 2019-07-25 13:44:41
이런 사소한곳이 우리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NK 2019-07-25 11:01:33
문제가 심각하네요

제노비아 2019-07-25 10:37:39
점자는 시각장애우분들에겐 생명이에요

라벤더 2019-07-25 08:55:54
함께사는세상..
입장 바꿔생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