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기장치자전거로 인도주행 불가
안전모 쓰고 횡단보도 끌고 건너야
16세 미만 면허자격없어 '불법운전'

▲ 서울 강남 선릉역 인근 횡단보도 앞에 안전모를 쓰지 않은 3명의 킥보드 운전자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 김향미 기자
▲ 서울 강남 선릉역 인근 횡단보도 앞에 안전모를 쓰지 않은 3명의 킥보드 운전자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 김향미 기자

야간에 유흥가나 좁은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긴장하게 된다. 대학가나 아파트 앞 도로를 운전할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킥라니'로 불리는 전동 킥보드가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서다. 킥라니란 '도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라니 같다'는 의미의 신조어.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다.

4일 <세이프타임즈>가 운전자와 보행자 안전의 위협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킥라니'의 실태를 취재했다.

◇ 킥보드 16세 이하가 타면 '불법'

빠른 속도로 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고 급회전하는 킥보드를 보면 자동차 운전자는 급정거하기 일쑤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전동킥보드가 이처럼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것일까. 도로교통법 2조를 보면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구분돼 도로주행이 가능하다.

원동기장치 자전거는 △배기량 125cc 이하의 이륜자동차 △배기량 50cc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경우를 말한다.

원동기장치자전거는 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가 없다면 운전이 불가능하다. 면허를 취득하려면 만 16세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 나이로 17세 생일이 지나야 취득이 가능하다.

16세 미만은 면허 취득 자격이 없어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불법이다. 무면허로 운전할 경우 30만원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운전할 때는 안전모를 반드시 써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 앞 도로나 도로에서 안전모를 착용한 킥보드 운전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핸드폰을 보며 운전하는 경우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안전모를 쓰지 않고 운전할 경우 도로교통법 50조 위반으로 범칙금 2만원이 부과된다. '차'로 분류되기에 인도로 주행 역시 불법이라고 할 수 있다. 원동기장치 자전거이기에 차도로 주행해야 한다.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44길 인도에 전동킥보드를 탄 운전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운전하고 있다. ⓒ 김향미 기자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44길 인도에 전동킥보드를 탄 운전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운전하고 있다. ⓒ 김향미 기자

◇ 인도 주행 시 20만원 이하 벌금

인도로 주행하다 보행자와 부딪히면 운전자의 과실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인도 주행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모(23·학생)씨는 "차도로 다녀야 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위험해 주로 인도로 다닌다"며 "아이들 옆을 지나갈 때는 늘 불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연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 타고 건너는 것도 불법에 해당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내려서 끌고 가야 하지만 대부분은 전동 킥보드를 탄 채 이동하고 있었다.

주부 임모(37·대전 동구)씨는 "전동 킥보드가 신호를 무시하고 다닐 때는 금방 사고 날 것처럼 보여 불안하다"며 "안전 수칙을 지키고 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 횡단보도에서도 3명의 킥보드 운전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고 채 건너는 것이 발견됐다. 신호를 기다리던 김모(56·회사원)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 사이를 빠른 속도로 지나는데 너무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서울 테헤란로 44길 인도 역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전동 킥보드가 목격됐다. 대부분 겨울이라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다.

◇ 전조·후미등 설치하고 타야

킥보드 야간 운전은 주간에 비해 더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조등과 후미등이 어둡거나 아예 장착이 안 돼 있는 경우도 많았다.

후미등이 낮게 설치된 경우 자동차 운전자 눈높이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추가로 장착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킥보드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야간 도로주행 시 밝은 색 계열이나 반사 테이프가 있는 옷을 입는 것도 사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운전자 김모씨는(51) "밤에 킥보드를 탈 때는 흰색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며 "가까이 가야 전동 킥보드라는 것을 알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 킥보드 운전자가 야간에 자동차 도로에서 활보하고 있다. ⓒ 한문철TV 유튜브채널
▲ 킥보드 운전자가 야간에 자동차 도로에서 활보하고 있다. ⓒ 한문철TV 유튜브채널

유튜브채널 <한문철TV 2271회(동영상 https://youtu.be/gn1Ge17vSO4)> 전동 킥보드와 자동차 충돌사고를 장면을 보면 끔찍할 정도다.

야간에 자동차 운전자는 편도 4차로인 도로 2차로를 운전하고 있었다. 이 운전자는 앞에서 주행하는 전동 킥보드를 발견하지 못하고 충격한 영상이 나온다. 킥보드 운전자는 검은색 계열의 옷에 킥보드 후미등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 사고로 킥보드 운전자는 중상을 입었다. 이 영상에 대해 누리꾼들은 "자동차 선팅이 진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동 킥보드 운전자의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킥보드를 탄다는 A씨는 "저건 진짜 아니지 2차선으로 달리는 ○○이가 어딨어. 끝 차선으로 불빛 무장하고 달려도 모자랄 판에"라고 댓글을 달았다.

B씨는 "나도 킥보드 타고 다니지만 저런 사람들을 진짜 이해할 수 없다"며 "다른 사람 피해 주지 말고 타고 다닙시다"고 썼다.

영상에서 한문철 교통전문변호사는 "밤에 전동 킥보드 타다가 사고가 나면 중상을 입을 수 있다"며 "밤에는 온몸에 야광 테이프 붙이고 타고 바깥 차로로 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모(42)씨는 "인도에서 차도로 갑자기 나오는 전동 킥보드 때문에 사고가 날 뻔했다"며 "밤에는 잘 안 보여 자전거보다 더 위험한데 단속을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교통사고 때 중상 가능성 높아

관련 통계 분석도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16~2018년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 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488건을 분석한 결과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상해를 당했다. 2018년 사고는 258건으로 2016년 같은 기간에 비해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전 동구 천동초등학교 뒤 도로를 한 학생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전동킥보들 타고 지나가고 있다. ⓒ 오선이 기자
▲ 대전 동구 천동초등학교 뒤 도로에 한 학생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 오선이 기자

지난해 1~5월 접수된 사고도 123건으로 2018년 1~5월 접수건 72건에 비해 71%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안전모 미착용으로 인한 사고가 87.4%에 달했다.

127건의 사고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인도를 주행하다 도로 접속 구간이나 주차장 진출입로를 횡단할 때 발생한 사고가 26%에 달했다.

신호등이 없는 이면 도로 교차로에서 서행하지 않아 발생한 충돌사고는 26%로 집계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는 안전모를 따로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는 교통안전에 더 유의해야 한다"며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 '면허 면제' 운행조건 완화 논란

국회에도 이와 관련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시속 25㎞ 이하인 전동 킥보드에 대해서는 운전면허 '면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하자는 취지다.

유럽에서는 주행 최대 속도 시속 25㎞ 이하의 퍼스널 모빌리티는 14세 이상의 운전자라면 누구든 운전면허와 헬멧 없이도 주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근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30일 '개인형 이동수단의 입법화 및 개선과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도로 통행이 늘어나고 있는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해 원동기장치 자전거처럼 차도로만 통행해야 하고 일정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어야 하는 등의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별도의 법률 규정을 신설해 적합한 통행공간과 통행방법 등을 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되레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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