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전 5시 42분쯤 부산 동래구 수안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경찰이 내부를 감식하고 있다. ⓒ 부산지방경찰청
▲ 29일 오전 5시 42분쯤 부산 동래구 수안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경찰이 내부를 감식하고 있다. ⓒ 부산지방경찰청

대피 흔적도 없었다. '평온하게' 숨졌다. 과연 화재 현장의 피해가 이럴 수 있을까.

29일 오전 5시 42분쯤 부산 동래구 수안동 한 아파트 1층에서 발생한 화마는 잠자고 있는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조용하게 삼켰다.

불은 옆집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안방에서 아버지 박모(45)씨와 아들 3명(13·11·8살)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 집에서 발생한 이날 화재는 방, 작은방, 거실, 부엌 등을 태우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참사는 잠을 자던 새벽 취약시간에 발생했다. 특히 짧은 시간 다량으로 퍼진 유독가스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미처 대피할 겨를조차 없었다.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다.

소방서 관계자는 "박씨와 아들 3명은 침대와 방바닥에 2명씩 누운 채 자던 모습 그대로 숨져 있었다"며 "대피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재 직후 아파트에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이들의 대피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화재 현장을 감식한 경찰관은 "시신 훼손은 거의 없었고, 일가족이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29일 오전 5시 42분쯤 부산 동래구 수안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내부가 검게 그을려 있다. ⓒ 부산지방경찰청
▲ 29일 오전 5시 42분쯤 부산 동래구 수안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내부가 검게 그을려 있다. ⓒ 부산지방경찰청

경찰은 이들이 안방에서 함께 잠을 자던 도중 불이 난 사실조차 모른 채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인명피해가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를 발견한 이웃 주민은 "불이 난 집 현관문을 마구 두드렸지만, 집 내부에서 전혀 비명 등 사람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이 난 박씨 아파트는 1층으로 화재 사실만 알았다면 대피하기 쉬워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라 소방시설이 부족했던 것도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완공된 이 아파트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초기 진화가 어려웠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유독가스를 5초만 흡입해도 몸이 경직돼 움직일 수 없어 대피도 못 하게 되고 결국 유독가스에 질식돼 사망한다"며 "잠을 자다가 불이 난 경우 유독가스를 마신 사실조차 모른 채 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아파트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설치된 화재경보기도 평소 작동 여부를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안방 입구 거실에 쌓인 책과 신문지 등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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